'기생충' 피자집 사장님 "옆에서 본 봉준호 감독, 겁났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2020.02.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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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영화 속 피자집 가보니

아카데미 4관왕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피자가게의 주인 엄항기씨. / 사진 = 오진영 기자아카데미 4관왕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피자가게의 주인 엄항기씨. / 사진 = 오진영 기자


"나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몰랐지. 소식 듣고 너무 감동스러웠어."

봉준호 감독이 지난 10일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순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스카이피자'를 운영하는 엄항기씨(65)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카이피자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피자가게다. 엄씨는 '기생충' 촬영이 끝난 후 매일 "봉 감독이 잘되게 해달라"며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엄씨와 남편 강양희씨(71),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스카이피자는 대한민국 '수험 1번지' 노량진의 자그마한 가게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빵집을 운영하다 어려워져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낸 피자집이다.



엄씨는 "처음에 '바른손'(기생충 제작사) 직원들이 찾아왔을 땐 너무 번거로울 것 같다며 남편이 거절했다"면서 "나도 봉준호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냥 접을까 싶다가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영화에 나와보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을 설득했다"고 웃음지었다.

피자가게의 사장 엄항기씨와 포즈를 취한 봉준호 감독(왼쪽)과 봉준호 감독의 친필 사인(오른쪽). /사진 = 오진영 기자피자가게의 사장 엄항기씨와 포즈를 취한 봉준호 감독(왼쪽)과 봉준호 감독의 친필 사인(오른쪽).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머니투데이가 찾은 '봉준호 피자집' 가게의 내부에는 곳곳에 봉 감독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봉 감독과 엄씨가 함께 찍은 사진은 모든 고객이 볼 수 있는 자리에 붙어 있었고 옆에는 봉 감독의 친필 사인이 걸려 있었다.



엄씨는 "이 피자집을 방문하신 배우분들은 장혜진씨, 박소담씨, 최우식씨 세 분"이라면서 "내가 살면서 언제 연예인들을 이렇게 많이 봤겠나. 얼굴이 조막만해 정말 신기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엄씨는 봉 감독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라고 혀를 내둘렀다. 엄씨는 "봉 감독은 냉철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감독이었다. 옆에서 보기에도 겁날 정도"라면서도 "우리(사장 내외)에게는 친절하셔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촬영일 매상도 모두 보상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은 미국 국적의 관광객 저스틴 탁(Justin Tak)씨(남성)와 멜리사 세레노(Melissa Serrano)씨(여성). / 사진 = 오진영 기자가게를 찾은 미국 국적의 관광객 저스틴 탁(Justin Tak)씨(남성)와 멜리사 세레노(Melissa Serrano)씨(여성). / 사진 = 오진영 기자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들려온 직후 '봉준호 피자집'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영화팬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날 가게에는 해외 관광객들과 인근 주민, 소문을 듣고 찾아온 봉 감독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게를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의 멜리사 세레노(23)씨는 "기생충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걸작"이라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것 같아 가게를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온 저스틴 탁(23)씨는 "'올드보이' '옥자' 등 한국 영화를 즐겨 봐왔다"며 "이번 수상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한국 영화가 우수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가게의 방명록에는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세계 각지의 언어로 쓰인 방문객들의 후기가 가득했다. 일본의 한 관광객은 "아카데미 4관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스카이피자'도 번창하시라"는 후기를 일본어와 한국어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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