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나스닥에 나타난 버블 징후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0.02.1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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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나스닥에 나타난 버블 징후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치고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부동산부터 주식, 채권까지 많은 자산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우리는 부동산 하나에 그쳐 다행이지만 선진국은 정도가 심하다. 미국 부동산과 주식은 지금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한다.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는 버블이 아니다.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서다. 그래서 버블은 마지막 단계에 참여하는 사람이 가장 많아진다. 가격이 급등해 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세계 여러 시장 중 버블 가능성이 높은 곳을 꼽으라면 나스닥도 그중 하나에 들어갈 것이다. 몇 년 동안 가격 상승률이 대단히 컸을 뿐 아니라 버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돼서다. 전기차회사 테슬라 주가가 넉 달 동안 4.2배 올랐다. 테슬라는 2013년을 시작으로 2015년, 2018년까지 한해가 멀다 하고 부도설에 시달린 회사다. 지난해 5월에 특히 심해 2019년 부도가 날 확률이 10%, 앞으로 5년 내에 부도가 날 확률도 46%나 된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 때문에 주가는 5개월 사이에 49%나 하락했다.
 
물론 최근 테슬라 주가 상승이 아무 이유 없이 진행되는 건 아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 흑자를 냈고 중국 공장이 1년 만에 가동에 성공했으며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문제는 주가다. 이 이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데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600억달러로 GM과 포드 그리고 현대차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크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내연기관을 끝으로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차세대 자동차를 가지고 영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이들도 미래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테슬라보다 저평가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버블 징후는 또 있다. 아마존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80배 넘는다. 주가가 이익 증가세보다 빠르게 상승한 결과로 앞으로 이익이 더 빨리 늘어나지 않는 한 지금 주가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아마존 주가는 34배 올랐다. 애플도 24배 상승했다. 이렇게 주요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나스닥도 2000년 이후 버블 정도가 제일 심해졌다. 지금처럼 돈의 힘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 흐지부지 끝나지 않는다. 남아 있는 힘을 모두 합쳐 한꺼번에 가격을 끌어올린 후 끝난다. 이때 버블이 최고치에 달하는 데 지금 나스닥이 그 근처에 와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나스닥 주가가 하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격이 동시에 상승했기 때문에 한 자산의 가격 하락이 다른 곳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나스닥 하락이 우리 주식시장은 물론 전세계 부동산에까지 영향을 주는 형태가 될 것이다.
 
버블이 생겼을 때 이를 없애는 방법은 둘이다. 하나는 버블을 인위적으로 터트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적으로 터지게 놔둔 후 이를 수습하는 방법이다. 인위적으로 터트리는 건 버블 초기단계에 가능한데 이미 때를 놓쳤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내려 방어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버블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이 상태에선 자연적으로 터진 후 수습도 쉽지 않다. 결국 버블이 터지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하면서 이익이 주가를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질 때까지 견디는 방법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오랜 시간 저금리가 계속됐을 때 많은 사람이 버블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경고는 통하지 않았고 지금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버블을 억제하고 견디는 게 가능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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