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여행·호텔업계 "이러다 정말 큰일난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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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행심리에 해외여행 직격타…호텔업계도 피해 가시화, 확진자 다녀간 호텔은 임시휴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지난달 23일 인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지난달 23일 인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여행 비상이 걸렸다. 여행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심리가 높아지며 해외여행 수요가 고꾸라졌다. 서울 등 국내 주요 관광지와 호텔에서도 확진자 방문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여행 수요까지 주춤하고 있어 여행·호텔업계 전반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얼어붙은 여행수요, 마땅치 않은 지원책…여행업계만 '이중고'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했다.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의 지난달 전체 해외여행 상품 판매량은 총 18만7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했다. 중국노선 취소율이 90%를 넘고 신규예약도 없어 사실상 여행수요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이다.



다른 여행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뒤 주요 아웃바운드 여행사에 접수된 1~2월 여행상품 취소로 인한 손실이 300억 원이 넘는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업체의 경우 사실상 개점휴업과 다름 없는 곳도 많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일본여행 불매'로 국내 여행사들의 주력 시장인 일본노선이 맥을 추지 못하는 데다, 이번 신종 코로나로 중국노선까지 봉쇄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중국, 일본 노선 부진 여파가 동남아 등 다른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3국 감염자가 나타나며 특정 지역을 넘어 전반적인 여행심리 자체가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6, 17, 19번 확진 환자가 태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감염됐다. 2~3월 동남아나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 마저 취소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일정을 포기하는 추세다.



여행업계는 낙담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에 여행수요 회복이 요원한데, 업종 특성 상 뚜렷한 대책도 없어 울상이다. 피해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다 정말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인 여행수요가 떨어져 여행사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피해업체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업계 자체적으로 여행취소 수수료 면제 등의 정책까지 내놨는데도 비난의 화살이 몰려 임직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여행제한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동남아나 유럽까지 무료로 취소해달란 무리한 요구까지 빗발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바닥인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고도 정부보다 먼저 여행취소를 돕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호텔업계도 노심초사, "세제혜택 필요"
'코로나 쇼크' 여행·호텔업계 "이러다 정말 큰일난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와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대표 여행지인 제주도는 관광객 발길이 끊기며 한산하다. 서울과 강릉 등 주요 관광지들도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다녀갔단 사실이 알려지며 여행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호텔 종사자들은 큰 피해를 낳았던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각 호텔들은 지난달 말부터 재빨리 호텔 곳곳에 비접촉식 열화상 감지기를 설치하고 이례적으로 임직원들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어태세에 나섰다. 하지만 출입국 방역망이 뚫린 상황에서 개별 호텔의 힘만으로 '신종 코로나'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단 설명이다.

설마했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 7일 중국 국적의 23번 환자가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이 오는 16일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앞서 19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호텔도 즉각 호텔 뷔페를 폐쇄했다가 방역을 거쳐 지난 8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호텔과 공연장을 찾아 방역체계를 점검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서울 마포구 L7 홍대 바이 롯데호텔로 들어서며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문체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호텔과 공연장을 찾아 방역체계를 점검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서울 마포구 L7 홍대 바이 롯데호텔로 들어서며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호텔업계 전반에 걸친 피해는 점차 드러나고 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전반적인 호텔업계 사업 목표가 70~80%로 하향조정됐다. 롯데호텔만 해도 1월 말부터 현재까지 2만실 넘게 취소돼 65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사재기 대란이 일어난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의 물품구매도 쉽지 않아 방역 비용에 대한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규모가 큰 대형 호텔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소형 호텔이나 업력이 오래 지나지 않은 신규 호텔들은 경영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유용종 한국호텔업협회 회장은 지난 6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5성급 외에 호텔들은 대부분의 자금이 운영에 투입돼 대출을 위한 담보조차 없다"며 세제혜택의 필요성을 밝혔다.

박양우 장관은 "관광업계 의견을 검토해 관광사업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신종 코로나 확산을 신속히 종결해 관광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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