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한진그룹株, 안갯속 곡예비행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20.02.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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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남매의 난' 한진그룹株, 안갯속 곡예비행


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이 본격화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남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치열한 표 대결을 예고했다. 이 소식에 한진그룹 상장사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해 4월 조 회장 취임 이후 60% 이상 올랐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싸움을 벌이는 양측이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실제로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률이 높은 한진칼 우선주는 같은 기간 3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한항공도 이 기간 보통주가 27% 넘게 떨어졌지만, 우선주는 30%가량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31일 3자 연합 구성 공시 뒤 첫 거래일인 3일에도 재현됐다. 이날 대한항공 우선주가 상한가(29.92%)를 기록한 반면 대한항공 보통주는 2.11% 상승에 그쳤다. 한진칼도 우선주는 16% 넘게 올랐지만, 보통주는 1.46% 하락 마감했다. 육상·해운 운송 계열사 한진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주가는 각각 3.83%, 5.74% 상승했다.

한진그룹 종목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위험도 확대됐다.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기업이 가진 본질(펀더멘탈)보다 커진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해 18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순이익 예상치도 160억원 정도다.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51배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336억원에 달했는데,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25%에 육박한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주요 근거리 노선 부진이 예상되고 있지만, 주가는 우선주를 중심으로 고공 행진 중이다.

저비용항공(LCC) 계열사 진에어도 국토해양부 제재와 경쟁 심화, 일본 수요 부진에 신종코로나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슈가 해소되는 순간 한진그룹 모든 종목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종코로나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력한 대체 노선 가운데 하나인 일본 노선 수요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여객 수요 급감 등 기저효과가 겹치는 상반기에는 항공사 실적 악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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