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학교 연구팀이 가격 표시 방법이 식당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다. 숫자만 적어놓았을 때 손님들은 5유로를 더 지출했다.
한 연구진이 이번엔 홍보 방식을 다르게 시도했다. 첫 번째는 캠벨 통조림 수프 홍보에 ‘12% 할인’을 적용했다. 평균 3.3개의 캔이 판매됐다. 두 번째는 ‘12% 할인, 1인당 최대 4개’라는 희소성의 신호를 추가했다. 수량이 한정되자, 평균 3.5개로 판매량이 조금 늘었다. 마지막은 ‘12% 할인, 1인당 최대 12개’였다. 평균 판매량은 7개로 급상승했다.
마케팅은 이제 감정으로 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호소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제품을 살 거라고 믿는 바람에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놓치기 쉽다. 마케팅의 결정적인 역할은 이 ‘작고 사소한 것’이 하는데, 그것은 뇌의 임무다.
저자는 “왜 품질이 동일한 데도 어떤 제품에는 열광하고 다른 제품은 외면하는지, 왜 ‘카피 한 줄’ 때문에 판매가 요동치는지 이는 오로지 작은 차이에 기인한다”며 “뇌에 반응을 불러일으키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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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뇌는 미묘한 디자인의 차이, 제품 용기의 색깔 차이, 카피에서 쓴 단어 하나의 차이, 메뉴판에 적힌 가격 표시법의 차이,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버튼 위치의 차이 등을 기가 막히게 눈치채며 구매의 동인(動因)으로 삼는다.
결국 무엇을 살지 여부는 우리의 감정이나 깊은 고민이 아니라 뇌 속 신경학적 논리가 결정한다. 책은 최신 ‘의사결정학’ 이론을 도입해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을 분석한다.
같은 것처럼 보여도 우리의 뇌가 확실히 더 선호하는 것들이 있다. 고기의 포장지 메시지에 대한 실험에서 ‘기름기 75% 빠진 고기’라는 신호가 ‘지방분 25% 함유’라는 메시지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이렇게 더 높은 가치는 고기를 먹을 때도 지속했다. 구매 결정뿐 아니라 상품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언어의 이러한 영향은 신경학적 차원, 특히 보상을 평가하는 뇌 영역인 안와전두피질에서도 나타난다. 한 연구에서 내측안와전두피질은 ‘야채 삶은 물’이라고 표현된 경우보다 ‘풍부하고 깊은 맛’이라고 표현된 경우에 훨씬 더 강력하게 활성화됐다. 뇌는 결국 같은 것도 다르게 인식하고 결국 판매에도 차이를 일으켰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결정하는 데는 2가지 방식이 있다. 힘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결정하는 경우와 시간을 들여 깊은 고민을 한 후 내리는 결정이 그것. 우리 뇌는 대부분 진열대 앞에서 1000분의 1초 만에 구매 결정을 내리는 전자에 익숙하다. 원시시대 위험한 동물을 만났을 때 생존을 위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계별로 생각하고 노력이 필요한 후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마케터들은 전자든 후자든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잘 몰라서 구입하지 않는다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제품의 장점이 정확히 전달되는 순간,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뇌는 ‘순가치(net value)를 계산’하는 데 익숙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고통보다 그것으로 인해 얻게 될 제품이 주는 보상이 크다면 기꺼이 그 제품에 돈을 쓴다는 것이다.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제품을 살 만족감을 뇌에 줘 신경회로를 자극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드릴을 살 때 원하는 건 드릴이 아니라 드릴로 뚫어서 만들어야 하는 구멍”이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를 포착해서 제품이 주는 보상에 그들의 뇌가 만족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을 놓친 걸까=필 바든 지음. 이현주 옮김. 사이 펴냄. 328쪽/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