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이 베이징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돼 류치 베이징시 서기로부터 명예시민증과 기념메달을 전달받고 악수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은 현대차가 중국에 본격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쏘나타'를 현지에서 판매한 지 채 6개월도 안 돼 사스가 발발하며 현대차 중국 사업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 덕분에 정 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베이징시 명예시민으로 추대됐다. 2003년 현대차 중국 판매 목표는 5만대였지만 사스가 창궐했는데 불구, 5만2128대를 팔았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도 사스 때보다 훨씬 빨라졌고,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도 더 심해졌다.
현대차는 안전 보장과 사업 수행을 모두 해내기 위해 중국 주재원에게 긴급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현지 주재원 가족들은 모두 한국으로 귀국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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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현대차는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피해 복구를 위해 1500만위안(한화 25억3000만원) 규모의 의료물품과 지원금을 내놓았다.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현지에선 즉각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정부를 비롯한 현대차의 지원 소식에 "우정의 손길에 감사한다"는 답글을 올렸다.
현대차의 DNA에는 17년 전 사스를 극복한 기억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통해 현대차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는 더 높아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극복은 이제 시작이다. 완전 퇴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하지만 현대차의 따뜻한 지원은 분명 '전화위복'의 단초가 될 것이다. 아버지가 17년 전 중국에서 받았던 감사 편지를 이제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다시 받는 장면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사진제공=이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