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시세차익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KCGI(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 관계자들을 만나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촉발된 상황이어서 조 회장과 이 고문의 만남은 더 주목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조원태 회장이 서울 평창동 이명희 고문의 자택을 방문해 이 고문과 그룹 주요 현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워낙 민감한 시기여서 단순 만남이라기보다 오너 일가 지배구조와 경영권 안정 등을 폭넓게 협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 고문에게 반도건설 지분(8.28%)을 자신의 우호지분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청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이 고문이 그룹의 맏어른으로 조 회장은 물론 조 전 부사장을 설득해 '남매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이 대립해 한진칼 지분 경쟁에 나서면 오너 일가의 한진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외부세력에 흔들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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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대 허희영 경영학과 교수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노리는 외부세력은 따지고보면 시장가치를 올려놓고 빠지려는 먹튀"라며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이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오너 일가가 지금이라도 경영권을 다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 조양호 선대회장이 일군 그룹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고문이 오너 2세들이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고문은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이나 장남 조 회장, 차녀 조 전무와 두루 관계가 좋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수년간 유례가 없는 위기상황이다. 중국 우한 폐렴이 일파만파 번지며 항공 수요가 급감할 수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인상이라는 악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실적도 하락세가 심각하다. 3년 전만해도 영업이익이 1조1208억원에 달했지만 2017년 9398억원, 2018년 6403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5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조짐이다. 단 3년만에 영업이익의 87%가 사라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