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 확대…노사 모두 "잘못됐다" 불만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0.0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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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활용 어렵다(경영계) vs 노동시간 단축 취지 훼손됐다(노동계)"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확대 방침의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노사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주 52시간 근로 취지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고 경영계는 허용 사유를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2일 특별연장근로 허용사유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거쳐 재해, 재난 등 극히 예외적으로 주당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를 허용한 제도다. 정부는 작년 12월 '주 52시간제 조기 안착'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허용사유 확대 방안을 내놨다. 고용부는 개정안에 대한 이의제기 등 관련 의견 수렴을 끝냈다.

개정안은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에 △인명 보호 및 안전 확보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 돌발상황 긴급 대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증가 △고용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인정되는 연구개발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대신 정부는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되지 않을 안전장치로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때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할 조치도 함께 신고하도록 했다.

'특별연장근로' 확대…노사 모두 "잘못됐다" 불만


경영계 "정부 승인 및 각종 제한으로 제도 활용 어려워"
경영계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요건에 경영상 사유가 확대됐지만 정부의 승인과 각종 제한 조치로 개선안의 취지가 약화할 것을 문제 삼는다

경총은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에 국가경쟁력 강화 등 모호한 개념을 사용해 행정관청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넓혔다"면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연구개발도 인가가 거절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건강보호조치를 필수 시행하고 추가 조치를 선택 기재하는 것이 제도 활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호조치로는 △연장근로 후 11시간 연속휴식 △주당 8시간 이내 제한 △특별연장근로 시간만큼 연속휴식 등이 있다.

경총은 "건강권은 법률용어가 아닌 모호한 개념이고 내용과 범위가 구체화 되지 않아 불명확하다"며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이유로 과도한 제한 조치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앞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참여연대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앞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참여연대
노동계 "주 52시간 무력화…경영계 입장 수용"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확대 방침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개정안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의 취지와 정부의 기존 유권 해석을 완전히 뒤엎는 조치"라면서 "경영상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노동행정에 대한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특히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 신청이 많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2017년 15건에 불과했던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2018년 204건, 지난해 10월 787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 받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6개 시민단체도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법정노동시간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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