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판 CES' 열리는데 기업들 왜 몸사리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1.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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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판 CES' 열리는데 기업들 왜 몸사리나?


"글쎄요, 행사에 참가하는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내달 17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한국판 CES'(세계 최대 IT·가전 쇼) 준비 상황을 묻자 주요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처음 열린 '한국판 CES'는 올해는 코엑스로 자리를 옮겨 더 크게 열릴 예정이다. CES에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성격까지 더해져 이동통신사들도 대거 참가한다. 아예 행사 간판도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으로 바꿔 달았다.



그러나 참가 기업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낮은 것 같다. 일부 업체는 기자에게 "이 행사와 관련해 어떤 사전 언급도 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할 정도였다. 효과는 미미한데 '졸속 행사'라는 비판이 거세 자칫 논란의 주인공이 될까봐 몸을 사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다보니 기업들은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매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와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는 전 세계 IT 업체와 전문가, 학자, 바이어가 총 집합하는 교류의 장이다. 올해 CES만해도 161개 국가에서 18만명이 다녀갔다. 계약 금액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6개월 넘는 기간을 공들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1월말 열린 '한국판 CES'엔 사흘간 고작 1만여명이 다녀갔다. 촉박한 준비기간 때문에 핵심 전시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심지어 전시 도중 철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해는 2월로 행사 시기를 늦추고 정부 예산도 미리미리 확보했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효과는 여전히 낙제점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제품은 글로벌 전시일정을 빼곡히 계획해 놓았는데 MWC 직전에 갑작스럽게 혁신산업대전이 끼어있어 난감하다"며 "사실상 국내용 행사여서 큰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이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상반기에 다른 일정이 많은데 정부 눈치를 보느라 사업과 무관한 이 행사에 인력과 자원을 대거 투입하게 됐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을 사리는 이런 행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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