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2018.10.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번 해봐, 될 때 까지 파."윤 회장은 2016년 겨울 이정훈 웅진 기조실장(당시 웅진플레이도시 사장)의 온천 개발 제안에 이렇게 답했다. 재무 전문가인 이 실장은 웅진플레이도시 사장으로 부임한 뒤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방책을 찾다 1.5km 인근에 운영 중인 온천을 보고 온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차별화된 워터파크를 위해서도 온천 개발은 구미가 당기는 프로젝트였다. 워터파크는 계절성이 강해 겨울철 입장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온천이 발견되면 겨울철 매출을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 비용적으로도 매력적이었다. 수도료 뿐 아니라 물을 데우는데 드는 난방비용 절감이 기대됐다.
"드릴이 부러졌습니다."좀처럼 온천수가 발견되지 않아 초초하던 무렵 시설팀장으로부터 시추드릴이 부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초 계획이던 굴착 깊이는 지하 500m를 넘어 700m에 이르렀을 무렵이었다.
현장에서 들린 소식은 청천병력과도 같았다. 예상치 못한 화강암반에 막혀 드릴이 손상됐다는 것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새 드릴로 교체하고 또 다시 파내려갔다. 단단한 화강암반은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당초 착공 계획보다 1달이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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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부에서는 서서히 이 실장을 향해 '돌+아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저러다 아르헨티나까지 뚫겠다'는 비아냥 소리도 있었다. 100m만 더 파보자고 몇번을 설득하던 때였다.
'포기해야하나'라는 걱정이 밀려올 무렵 다시 계산기를 꺼냈다. 온천이 발견될 것을 가정해 5년내 회수 비용을 따져보니 1500m가 임계치였다. 온천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공사비는 고스란히 손실로 잡힐 상황이었다. 1500m를 최종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서울=뉴시스]27일 경기 부천시 웅진플레이도시에서 방문객들이 '힐링온천스파 1300'을 즐기고 있다. 온천스파 1300은 지하 1300m지하 암반에서 끌어올린 100% 천연 온천수로 편백스파, 테라피스파, 솔향기스파 등으로 구성되어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온천이다. (사진=웅진플레이도시 제공) 2019.11.27. [email protected]
온천 발굴을 추진하면서 진행한 임대사업도 속속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실내스키장 일부를 임대해 어린이 테마파크인 볼베어파크로 전환하고 아쿠아리움, 소극장, 볼링, 스크린골프, 디지털놀이터, 북플럽센터, 찜질방 등을 유치했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웅진플레이도시 내 임대가능면적을 30% 늘린 것이 주효했다.
뜻하지 않게 지난 11월 보도를 통해 온천 발견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기를 앞당겨 개장에 착수했다. 온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겨울에 비해 매출이 30% 가량 늘어났다.
온천 개발로 당초 세웠던 그룹의 웅진플레이도시 매각 계획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코웨이 매각을 통해 자금 여력이 생긴데다 온천 개발에 따른 매출 확대가 기대돼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3~4년 뒤면 연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을 정상화 시킨 뒤 파는 것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