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나이들면 안팔려"…설날 조심해야 할 말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0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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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열흘 여 앞둔 1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시민들이 명절 차례를 위한 제기 그릇 세트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설 명절을 열흘 여 앞둔 1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시민들이 명절 차례를 위한 제기 그릇 세트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애미야 상 차려라, 애미야 상 치워라. 애미야 전 부쳐라, 애미야 과일 내가라’는 그만하고, 이제는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60대 여성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제시한 의견이다. 여성가족재단은 2018년 추석부터 ‘성평등 명절’을 만들기 위한 시민 의견을 듣고 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설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간의 대화 속에 남성 중심적 단어는 명절을 피곤하게 만든다. 부부를 중심으로 남성의 가족에 대해서는 높여 부르지만 여성 가족은 낮춰 부르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댁과 처가 △처남과 도련님·서방님과 같은 호칭이다. 여성가족부 등에서는 이런 호칭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댁을 ‘시가’로 부르고, 도련님·서방님·아가씨와 같은 호칭은 이름 뒤에 ‘씨’나 ‘님’을 붙이자고 제안한다.



또 친할머니, 외할머니 등의 호칭은 모두 ‘할머니’로 통일하는 것을 제시한다. 아버지의 부모님은 가깝다는 의미의 '친'(親)이 붙고 어머니의 부모님은 멀다는 뜻이 담긴 ‘외’(外)가 붙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분이 힘들 때는 앞에 ‘부산’, ‘역삼동’ 등 지명을 붙이면 된다. 30대 회사원 박상민씨는 "딸에게 친·외할머니 대신 봉천동 할머니, 수곡동 할머니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더 성평등해졌지만…" 결혼 묻기 전에 건강을
/디자인=유정수 기자/디자인=유정수 기자
‘말조심’도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여성가족재단은 예시로 △‘여자는 나이들면 안팔려, 얼른 결혼해’ △‘남자가 장가가려면 연봉이 높아야 할 텐데...집은 살 수 있겠니’ △‘남자(여자)가 돼 가지고’ △‘여자는 살찌면 안 되니까 조금 먹어라’ 등을 들었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지 말고, 개인의 선택과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여성가족재단의 설명이다. 여성가족재단은 결혼과 연봉을 묻기 전에 ‘회사는 잘 다니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니’라는 말을 건낼 것을 제안했다.

아직 개선해야 되는 점이 있지만 과거보다 명절이 더 성평등해지고 있다고 시민들은 체감했다. 여성가족재단의 설문조사 결과 43.2%가 "전보다 성평등해졌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화숙씨(62)는 "지난해 말 결혼한 아들부부에게 이번 설은 먼저 며느리 집에 다녀오라고 이야기 했다"며 "그간 계속 지냈던 차례도 올해부터는 성묘로 대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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