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내달부터 사외이사 적임자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하지만 상황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일부 후보들을 접촉했는데 다른 회사에서 미리 연락 받고 (사외이사직을) 승낙한 상태라는 대답이 다반사다.
#2.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코스피 상장사 오너인 이진호(가명) 대표는 3월 주총이 어느 해보다 걱정스럽다. 공적 연기금이 기업 정관 변경과 함께 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려는 주주제안을 청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사외이사 임기제한과 5%룰 완화를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2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며 오는 3월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 이런 장면들이 속속 불거질 전망이다. 재계는 "본격적인 기업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공식선언"이라며 이번 시행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방적 사외이사 임기제한에 "공산당이냐"
한 대기업 주주총회 현장./사진=머니투데이DB
이 시각 인기 뉴스
상장회사협의회는 이번 시행령 통과로 오는 3월 주총에서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기업만 566곳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이들이 새로 뽑아야 하는 사외이사만 718명이다. 그만큼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간 사외이사 자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보자는 행태가 남발할 수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의 핵심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명백한 '경영진'의 일원이다.
대기업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B사 관계자는 "정부가 사외이사직을 6년이상 맡으면 기업과 유착한다고 보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며 "사외이사도 기업 경영상황 등 전문성을 쌓아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6년이라는 기준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만약 사외이사를 바꿔야 하는데 주총 전에 제때 사외이사를 뽑지 못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맞을 수 있어서다. 관리종목 지정은 각종 주가지수 산정에서 제외되며 기관투자자 매수도 금지된다.
중견중소기업은 더 위기감이 크다. IT 중소기업인 C사 대표이사는 "주총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당장 사외이사를 어디서 찾아오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5%룰 완화 "국민연금, 경영에 본격 개입할수도"
사진=홍봉진 기자
대기업 D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5%룰이 완화되면 본래 취지와 달리 기업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정부가 기업을 길들이기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기자본의 주식매집이 더 쉬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들린다. 연기금 행세를 하는 해외 투기자본이 ‘5%룰’ 완화 규정을 악용해 몰래 주식을 매집한 뒤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5%룰 완화는 투기자본에게 기업 이사 선·해임 안건과 정관 변경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중립성 문제도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등 공적연기금 운용 틀 자체가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5%룰 완화가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연기금이 '경영참여' 공시 없이 정관변경 요구나 임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면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정부)의 간섭이 늘어 경영 자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