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세울뻔한 '12분 연장 근무', '12분'이 뭐길래?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1.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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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공사 측의 '운전시간 12분 연장 잠정 중단안'을 수용하고 현장에 복귀한 12일 오전 서울 한 지하철 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서울교통공사는 평균 4시간30분(4.5시간)이었던 기관사들의 운전시간을 4시간42분(4.7시간)으로 12분 연장하는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노조는 합의없는 운전시간 연장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승무원 업무거부를 예고한 바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공사 측의 '운전시간 12분 연장 잠정 중단안'을 수용하고 현장에 복귀한 12일 오전 서울 한 지하철 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서울교통공사는 평균 4시간30분(4.5시간)이었던 기관사들의 운전시간을 4시간42분(4.7시간)으로 12분 연장하는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노조는 합의없는 운전시간 연장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승무원 업무거부를 예고한 바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노조의 업무 거부로 21일 운행이 중단될 뻔한 서울 지하철 1~8호선이 사측의 '백기투항'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루 수송인원 720만명에 달하는 서울지하철이 자칫 파행 운행될 뻔한 위기를 불러온 것은 '12분 연장 근무' 체계였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도입한 근무 체계에 노조가 전면 반발한 것.

'12분 연장' 뭐길래…"과도한 부담 안 돼" vs "기관사 공황장애"
노조가 지하철 운행 중단을 예고한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가 근무시간을 기존 4시간 30분에서 4시간 42분으로 연장한 것이 원인이 됐다. 평균 근무시간을 상향 조정하는 대신 승무원들의 휴일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는 초과근무 수당이 과다하게 높아져 공사 재정에 부담을 안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2018년 서울교통공사가 지급한 초과근무수당 129억원 가운데 96%인 125억원이 승무분야에 지급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근로시간 연장이 동종업계 근로여건을 감안하면 승무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는 조치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종기관 승무원 평균 운전시간은 코레일이 약 5시간이다. △부산(4시간 51분) △인천(4시간 48분) △대구(4시간 57분) △광주(4시간 49분) △대전(4시간 58분)도 서울교통공사보다 길다.



하지만 노조는 전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운행시간 상향 조치가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규탄했다.

윤병범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만큼 저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공사의 업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운전시간이 명목상으로는 12분 연장된다고 하지만 열차 운행 도중 교대가 어려운 승무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근무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까지 늘어나 직원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항변했다. 이번 조치로 일부 기관사에게 공황장애가 생겼고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1차 입장문을 내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운전 시간을 채우지 않아 발생하는 과도한 휴일 근무는 승무원 건강과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바꿔야 한다"며 "일부 퇴직을 앞둔 기관사가 평균임금을 부풀려 퇴직금을 더 받기 위해 휴일 근무에 몰두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고 맞섰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직무대행이 2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승무시간 조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사는 고심 끝에 4.5시간(4시간30분)에서 4.7시간(4시간42분)으로 12분 조정했던 운전 시간 변경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직무대행이 2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승무시간 조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사는 고심 끝에 4.5시간(4시간30분)에서 4.7시간(4시간42분)으로 12분 조정했던 운전 시간 변경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사측 양보로 정상 운행…갈등의 불씨 남아
시민의 발이 끊길 위기에 서울교통공사는 결국 노조 요구를 사실상 수용키로 했다. 설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지하철 1~8호선 운행이 중단되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12분 연장을 잠정 중단키로 결정한다는 2차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65일 매일 새벽 5시면 하루 730만명 수송하는데 그분들 종종걸음으로 일터 직장 가는 거 막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굴복이 아니라 잠정 중단해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21일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1~8호선도 모두 정상 운행된다.

노사는 운전시간 '12분' 연장과 관련한 노사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양측 간 접점이 완전히 찾아졌는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노동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고, 사측은 초과근무 수당의 절감 등 경영 합리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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