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된 고유정, 키워드는 '인명경시' '반인륜적' '뻔뻔함'

머니투데이 임지우 인턴기자 2020.01.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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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02.   woo1223@newsis.com【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02. [email protected]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것은 고유정의 범죄가 '극단적 인명경시'에 기인한 계획 살인이라는 판단과 함께 범행이 반인륜적이며 고씨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는 등의 가중요소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계획된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고유정이 전남편에 이어 의붓아들까지 모두 살해했다고 보고 있는 검찰은 고씨의 범죄를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검찰은 고씨의 범행이 철저히 계획됐다는 점에서 가중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고씨 기소 당시 검찰은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이라며 "고씨의 검색 내역과 물품 구입 내역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때 이는 계획적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의 정신상태라면 이토록 계획적으로 범행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고씨에 대한 심리학적 자문을 의뢰했다고도 밝혔다.

살인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4~6년) △보통동기 살인(10~16년) △비난동기 살인(15~20년) △중대범죄 결합 살인(20년 이상, 무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23년 이상, 무기)로 나뉘며 각각 감경과 가중 요소를 고려해 형량을 정한다.



이 중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은 경제적 대가나 불화 등의 동기로 살해를 저지르는 다른 유형과 달리 인명경시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살인범행을 일컫는다. '살해욕의 발로·충족으로서 2인 이상을 살해한 경우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제주=뉴스1) 이석형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제주=뉴스1) 이석형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
'아들 앞에서 아빠를, 아빠 앞에서 아들을 죽이는 반인륜적 범죄'
검찰은 이번 고유정의 범행 내용과 수법이 잔혹하고 반인륜적이었단 점도 가중요소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일 제주지검에서 열린 고유정 사건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를, 아빠 앞에서 아들을 죽이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서 담당검사인 이환우 검사는 고유정이 살해한 전 남편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던 날의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하며 "2년만에 아들을 만난 아빠의 심정은 어땠을지, 많은 수사를 하면서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라고 피해자의 사연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의붓아들 홍군의 사연을 얘기하면서 이 검사는 "밝고 해맑았던 홍군이 (살해당한) 침대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는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도 진술했다.

반성 없이 피해자 비난, 거짓 일삼은 고유정...재판 차일피일 미루기도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변명과 회피를 이어간 피고인 고유정의 뻔뻔한 태도 역시 이번 사형 구형의 주요 배경이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법정에서도 오로지 거짓과 변명, 회피만을 하고 있다"고 고유정을 비난했다.

앞선 재판에서도 고유정은 범행 당시 상황을 진술하며 모순된 답변을 하거나 신빙성이 없는 발언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인 전남편에 대해선 "변태성향이 있었다"며 비난하기도 했으며,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부인해오고 있다.

사형 구형이 이뤄졌던 지난 20일 공판에서도 고유정 측은 "증거 자료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최후진술과 변론을 할 수 없다"며 결심 공판 연기를 요청해 유족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재판부는 예정된 일정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 책임이라고 질타했지만 결국 고유정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다음 기일은 2월 10일로 예정됐으며 이에 따라 최종 선고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유정 현 남편인 홍태의씨는 이날 "살인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모든 게 드러났지만 반성의 의미도 없고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다시 공판과 최후진술을 미루고 있다"며 "기일이 미뤄졌다 해도 사형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비록 사형선고는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피고인에 대해 형사적 비난 가능성을 일부라도 감경하는 것은 책임주의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정최고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이같은 사형 구형에 방청석에선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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