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롯데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단돈 83엔으로 시작한 껌사업으로 롯데를 재계 서열 5위까지 끌어올린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유통산업의 거목으로 불리지만 관광 불모지 서울의 수준을 끌어올린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을 통해 고국 근대화에 일조하겠다는 소신을 가졌던 신 명예회장의 보국안민 정신은 유통 뿐 아니라 관광개발사업에서도 꽃을 피웠다.
1973년 롯데호텔을 설립한 신 명예회장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반도호텔을 인수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반도호텔을 허물고 5년 여의 공사를 거쳐 당시 동양 최대의 특급호텔 소공동 롯데호텔을 완성했다. 변변한 수준의 호텔도 없던 나라에 38층짜리 '마천루'를 쌓아올린 것이다.
롯데호텔이 자리한 소공동은 '롯데타운'으로 불린다. 롯데호텔과 함께 들어선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의 유통 시너지로 연간 수 조원의 매출액을 내는 롯데그룹의 중심지가 됐다. 일본, 중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 활성화에도 일조했다.②"1년만 지나면 교통체증 생긴다"
1989년 7월12일 롯데월드 개관식에 참석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신 명예회장은 투자 검토 차 찾은 캐나다의 테마파크 쇼핑몰을 본 뒤 '즐거움'에 대한 투자에 확신을 가졌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신 명예회장이) 주말에 쇼핑하고 즐기고 이런 것들을 한국도 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당장 돈은 못 벌어도 장래성이 있고, 장기적으로 롯데라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하지만 당시 주변의 시선은 롯데호텔을 처음 지을 때와 같이 회의적이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은 "상권은 창조하는 것"이라며 "1년만 지나면 교통체증이 생길 정도로 상권이 발달할 것"이라고 직원들을 격려하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1989년 개관하며 세계 최대의 실내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롯데월드는 국민 여가생활을 대표하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세계 테마파크유원지 협회에 따르면 롯데월드는 2016년 무려 815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 미국 헐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누르는 등 세계적인 테마파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③"언제까지 외국인들에게 고궁만 보여주나"
2017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오른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1987년 '제2 롯데월드' 구상을 발표한 신 명예회장의 꿈은 30년 만인 2017년 결실을 맺었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선 것. 서울스카이 전망대는 서울을 360도로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을 사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인정 받아 최근 세계거탑연맹(WFGT)에 49번째 회원으로 가입, 파리 에펠탑,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신 명예회장의 관광보국 시작점인 롯데호텔의 뜻은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선 국내 최초 6성급 호텔인 롯데 시그니엘 서울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시그니엘 투숙을 목적으로 한국 여행을 오는 VIP들이 있을 정도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