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기업은행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매해 1월 말 여는 전국영업점장 회의 일정을 2월 7일로 잠정 결정했다.
문제는 이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사를 낸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전국영업점장 회의를 2월 초에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임기가 끝난 임상현 전무(수석부행장)와 오혁수·배용덕·김창호 부행장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퇴임했다. 행장은 외부에서 은행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임원들은 공석인 된 것이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경영전략회의를 마치고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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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임원과 본부 부서장들이 올해 경영전략을 세워 지난 18일 '출발 2020' 행사에서 전국 영업점장들과 공유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7일 '2020년 경영목표 달성 결의대회'를 가졌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지난 17일과 18일 '2020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본부 부서장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개최했고, 2월 초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기업은행만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은행 업황은 지난해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는 은행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은행 대출 증가율이 작년보다 낮은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소호(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으로선 경기가 악화할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타격을 더 받는다.
그럼에도 노조는 요지부동이다. 다만 기존에는 당정청과의 직접 대화만 고수했지만 당정청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을 경우 윤 행장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정도다.
그러나 이 역시 당·정·청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행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일축했다. 또 윤 행장에게 당·정·청의 입장을 전달했으므로 윤 행장과 대화를 통해 풀라는 것을 번복하면 노조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돼 실현되기 어렵다.
일각에선 출근저지 투쟁이 장기화하면서 그에 따른 조직의 피로감이 상당한 만큼 노조가 실리를 찾아 윤 행장과의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에 발목이 잡혀 인사 등 은행의 스케줄이 지연될수록 현장 영업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출구전략이 늦어지면 노조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