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화관, 적절한 콘텐츠와 전문 강사들의 중요성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허남이 기자 2020.01.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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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가 있다. '강남 귤이 강북 가면 탱자가 된다' 라는 의미이다. 중국 춘추 시대에 초나라 영왕이 사신으로 온 제나라 재상 안영을 모욕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영왕이 안영을 만날 때 포승에 묶인 죄인이 있었다. 그 죄인에게 죄목을 묻자, 본인은 제나라 출신인데, 도적질로 잡혔다고 했다.

영왕이 이 말을 듣고,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 도둑질을 잘하는가?” 물으니 안영이 대답하길 “강남의 귤은 강북으로 옮기면 탱자가 되는데 그건 토질과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제나라에서는 도둑질을 몰랐는데, 초나라에서 도둑이 된 것을 보면 초나라 풍토가 나쁜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한 내용이다.



물론 귤과 탱자는 과학적으로 종자가 다르지만, 위의 내용은 그런 내용을 따지자는 게 아닌 비유가 중심인 이야기이다. 이 고사가 떠오르는 것은 한 뉴스를 보고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수학문화관이 있다. 필자도 관심이 있어 가족과 다녀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비 뉴스에 수학문화관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제목이 체험관에서 '정규분포 곡선을..황당한 ’수포자‘ 대책'이었다. 이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은 수학문화관이라는 곳이 수포자들을 해결하기 위한 곳인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수학하면 흔히들 수학에 대한 어려움과 수포자이긴 하나 이는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다. 독일과 미국은 이미 유명한 수학박물관과 체험관이 있다. 많은 여행객들과 학생들로 붐비고 있으며, 필자도 국내에 이러한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몇 년 뒤 국내에 시·도 단위로 수학체험센터들이 생기는 걸 알게 되고 내심 기뻤다. 대중에게 과학관은 너무나 친숙한 단어이나, 수학관· 수학문화관은 익숙치 않는 단어일 것이다.

뉴스에서는 전국에서 진행되는 수학문화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점과 수학관을 짓는 것 보다 수학 보조강사를 늘리는 게 더 낫다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수학문화관과 보조강사가 과연 저울로 비교할수 있는 대상인가. 수학문화관을 수십 개 지어도 일회성이라 수학 부진아와 수학포기자가 늘어날 거라는 인터뷰에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는 수학문화관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를 처음부터 봉쇄하고, 일부 단점을 부풀리는 행위다.

수학문화관을 일회성으로 치부하지 않고, 학생을 위한 수학 클리닉과 평소 접하기 힘든 대형교구 등의 보여주기식 전시 보다, 그 안에 담겨진 수학적 의미와 관련된 수학자의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누구라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판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아이들이 교구 체험은 하는데, 친절한 설명 없이 덩그라니 있는 교구들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일부 도우미 분들이 열심히 설명해주는 것은 좋았지만 그 인원과 운영이 아쉬웠다.


남귤북지 고사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앞으로 건립될 수학문화관들은 북쪽의 탱자가 남쪽의 귤이 되길 바라며, 이미 우수하게 운영되는 국내 수학체험센터를 롤모델로 규모과 설비에 모든 예산을 운영하기 보다 수학문화관 운영의 중심에는 적절한 콘텐츠와 전문 강사들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도움글 서초수학박물관 박현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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