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도 신당창당도 어려워"…선택지 좁은 安의 고민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0.01.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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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달 초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대표의 행보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안 전 대표 측은 신당 창당의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선거 기호 후순위 배정, 과거보다 저조한 지지율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길이다.

바른미래당에 복귀해 손학규 대표와 연대하는 시나리오는 배제된 가운데 남은 선택지로 거론되는 자유한국당 등과의 중도보수통합에 주력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당도 복귀도 난망…입지 좁은 안철수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측은 신당 창당과 보수 통합 두 가지 선택지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일단 공개적으로 보수통합 논의에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김도식 비서실장을 통해 중도·보수 통합을 기치로 내건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의 중심의 보수 통합 논의와 관련, "정치공학적인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권한대행은 "안 전 대표의 귀국은 다음주"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지가 좁아진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바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 7명과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구을) 1명이다. 손학규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해주지 않으면 '안철수 신당'에 갈 수 없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권은희 의원만 현역 의원으로 데리고 안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선거 투표 용지에 기재되는 정당 순서가 민중당 다음 순번인 기호 10번이다. 권 의원도 없을 경우 30번대로 밀린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만들어준 원내 3당이 아닌 한참 처지는 기호 순번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바란다는 건 너무나 불리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의석 수 기준으로 받는 선거보조금 등 재정적 문제도 신당 창당의 걸림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월 15일에는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는데 지급 액수는 그 당시 의석 수 기준"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가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원하는대로 모든 걸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안 전 대표가 손 대표와 힘을 합치는 그림을 고려하기도 어렵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실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손 대표를 끼고 '오월동주'하겠다는 건 '새정치'라는 모토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 국민적 지지 이끌어낼 수도 없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 앞서 통화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 앞서 통화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해관계 맞는 한국당-안철수…황교안의 '러브콜'

한국당은 안 전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날 인천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위원장과 물밑 접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오셔서 자유 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 등이 참여한 혁통위에서도 안 전 대표의 참여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다만 새보수당은 통합 대상이 한국당 뿐이고 안철수계와는 안 전 대표가 노선을 확정하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논의가 새보수당 중심이 아닌 다자화돼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새보수당과 '밀고 당기는' 지난한 통합 논의 과정을 앞둔 한국당 입장에선 안 전 대표의 합류가 반갑다. 중도를 대표하는 안 전 대표가 한국당과 힘을 합칠 경우 중도보수층 지지를 얻기 위한 보수통합이 손쉬워질 거라는 판단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새보수당보다 좀 더 왼쪽(중도)에 있다고 평가 받는 안 전 대표가 한국당 중심의 통합 논의에 들어오면 정치지형적으로 새보수당이 함께 끌려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안 전 대표와 한국당 사이에 있는 유승민계(새보수당)이 독자 노선을 걷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안 전 대표 측과 계속 접촉중"이라며 "진보나 중도에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형태로든 보수 쪽에서 정치를 재개할 거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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