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M&A?"...EMW 제3자의 갑작스러운 공개매수, 성공할까?

이대호 MTN기자 2020.01.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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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EMW / 사진=MTN DB
EMW를 향한 사모펀드의 갑작스러운 공개매수 시도에 의아함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화 되고 있는 거래정지와 경영권 분쟁 상황을 이용해 제3자가 싼 값에 회사를 떠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사모펀드의 실질적 투자자와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두고도 설왕설래다.

■ EMW 인수 희망자는 누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테크놀러지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EMW에 대한 공개매수를 신청했다.

업무집행사원(GP)는 티인베스트먼트, 유한책임사원(LP)은 데이타솔루션·다이나코믹스다. 데이타솔루션이 54.64%(82.5억원), 다이나코믹스가 44.7%(67.5억원)씩 출자하는 구조다. 티인베스트먼트는 0.66%(1억원)를 약정했다.



테크놀러지제1호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라고 신고했다. 사모펀드를 통해 EMW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것. 목표하는 지분율은 35%(1,112만 4,469주)다.

공개매수 목적으로는 "이엠따블유는 이동통신 안테나 관련 분야에서 많은 실적을 이루어 왔으나, 전 대표이사에 의한 횡령 혐의에 따라 감사의견 거절, 상장폐지실질심사, 거래정지,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소송, 상장폐지위험 등의 상황에 처해 있다."며,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확보하여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관계기관의 승인 등을 얻어 최대한 신속하게 대상회사의 경영을 정상화 함에 있다."고 공시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티인베스트먼트는 SK증권 출신이 창업한 투자회사다. SK증권 PE본부(Private Equity) 이사 출신인 김태훈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SK증권은 김 대표의 창업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현재 티인베스트먼트 지분 19%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티인베스트먼트는 창업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소형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16억원, 순손실 4억여원을 기록 중이다.

김태훈 대표와 티인베스트먼트 측은 "공개매수 설명서 내용 그대로"라며 추가적인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실질적 인수 자금을 투입하게 될 LP 측은 경영참여형 펀드 투자일뿐, 직접 경영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데이타솔루션 관계자는 "직접 경영이 아닌, 출자를 통한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데이타솔루션은 지난 10일 타법인 출자 공시를 통해 사모펀드 지분(54.64%) 취득 목적에 "투자수익 획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데이타솔루션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투자 합작회사 투자의 건' 안건에 대한 목적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운용 및 그 수익의 배분'으로 돼 있다.

함께 출자를 약정한 다이나코믹스는 데이타솔루션 모기업인 오픈베이스의 관계사다. 오픈베이스 분기보고서에는 기타특수관계자로 기재돼 있다. 사무실도 데이타솔루션과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다이나코믹스는 정진섭 오픈베이스 회장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 회장이 EMW 공개매수 자금의 원천인 셈이다. 정 회장은 오픈베이스 지분 22.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오픈베이스를 통해 데이타솔루션 지분 67.35%를 보유 중이다.

■ '갑툭튀' 공개매수...EMW 최대주주도, 경영진도 몰랐다

이번 공개매수는 EMW 현 최대주주와 경영진도 알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은 적지 않게 당황한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 요소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가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다.

EMW의 최대주주는 류병훈 전 회장으로 18.34%를 보유 중이다. 일각에서는 류 전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제3자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으나, 류 전 회장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류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 신청 및 정진섭 오픈베이스 회장, 데이타솔루션 측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요건으로) 최대주주 변경이 필요하다는 한국거래소 지적에 따라 지분 매각을 다각도로 알아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공개매수는 전혀 관계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MW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EMW 관계자는 "다른 방식의 최대주주 변경은 지금도 추진 중"이라며, "잘 풀어나가려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경영진이 우호세력를 끌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도 어떤 이유로 공개매수가 들어온 것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어부지리 노림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류병훈 전 회장과 양일규 현 대표이사 사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사모펀드와 같은 제3자가 소액주주 지분을 모아 단번에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것.

18.34%를 가진 류 전 회장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양 대표는 지분율이 1.1%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 공개매수 성공할까?..."말도 안되는 가격"

초점은 공개매수 성공 여부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티인베스트먼트는 EMW 공개매수 단가로 1주당 1,000원을 제시했다.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 2018년 9월 18일 종가 2,780원 대비 36% 수준이다. 이마저도 주당 650원 가치에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티인베스트먼트는 공개매수 신고서를 통해 "대주주의 횡령,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거래가 정지되어 있는 바, 2018년 9월 18일 거래정지 직전 가격인 2,780원을 공개매수 가격 산정의 근거로 삼기 어려움이 있다."며, "삼덕회계법인을 통해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해 향후 5개년간 현금흐름을 추정해 주당 평가금액을 605원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분율 35%, 1,112만 4,469주를 모으기 위한 자금은 111억원으로 예정됐다.

최대주주와 경영진, 소액주주들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일갈했다.

류병훈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이런 행위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속이고 싸게 사려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EMW 관계자는 "(주당 1,000원이) 정당하게 판단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주주들의 재산 평가까지 잘못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토론게시판에서 "기가 찬다"거나, "후하게 1,000원 쳐주는 것처럼 했으나 과연 후한 금액이 될지" 등 공개매수 단가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MTN과 통화에서 "금액이 큰 사람들은 고민을 하겠지만, 소액이어서 잊어버리고 있거나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정도는 공개매수에 응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개매수 신청은 14일부터 시작됐으며 다음달 3일까지 21일간이다. 대행기관은 하나금융투자다.

공개매수자는 다음달 6일 응모 주식을 매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소 목표 수량인 794만 6,049주,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25%에 미달하면 매수를 취소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도 거래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니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거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상폐 면하려 노력하는데...'위기 마케팅?'

티인베스트먼트가 최소 수량인 25% 이상을 모으더라도 독자적으로 EMW를 거래재개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재개를 위한 핵심이 재감사이기 때문이다. EMW 측은 물론,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류병훈 전 회장의 자료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EMW는 류 전 회장과 협의해 재감사를 추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의 EMW 개선기간 종료 시점은 오는 4월 9일이다.

사모펀드의 공개매수 및 경영참여와 상관 없이 거래재개를 위한 재감사가 추진된다는 것. 결국 사모펀드의 공개매수에는 EMW의 거래재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주주들만 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류 전 회장과 EMW는 새로운 최대주주를 물색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인의 지분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를 결정할 류 전 회장의 의사가 절대적이다. 또한, 새 최대주주가 진입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는 현 경영진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또 다른 EMW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거래재개를 위해 협조하고 있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상장폐지를 걱정하는 심리를 노린 공개매수 시도가 나와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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