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님'은 '왕'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0.01.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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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세계적 호텔 '리츠 칼튼'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는 이 원칙으로 호텔을 경영했다. 호텔 초창기 손님이 왕과 왕족이었던 영향도 있겠지만 리츠 칼튼은 신분제 폐지 이후에도 그 원칙을 유지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손님이라면 누구든 왕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은 백화점 보안직원에게 연신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았지만 직원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감정노동자 수는 800여만명에 달한다. 노동자 3명 중 1명이 감정노동자다. 이들 중 절반이 제대로 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해 불면증,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반 노동자에 비해 자살 충동도 4배 이상 높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시행했지만 지난 한해 동안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은 2건에 불과했다. 신고 건수 자체도 9건으로 적지만 반영되는 비율이 22%밖에 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손님은 왕"이란 표현은 서비스업계 전반에서 통용된다. 업계 관계자 중 누구도 손님을 왕처럼 모셔야 한다는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다. 편안한 서비스를 받은 손님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확보해 추후 구매까지 유도하는 것은 업계의 '정석'이다.

그러나 리츠가 말한 "손님은 왕이다"는 "직원은 노예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리츠 칼튼은 직원과 손님을 동등한 위치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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