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올해 경제성과, 성장률로 말하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양영권 경제부장, 정리=박준식, 민동훈, 최우영 기자, 사진=김창현 기자 2020.01.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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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신년인터뷰①]2.4% 목표 넘어선 잠재성장률 제고까지 정조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성장률 2.4%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고 더 나아가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성장률 2.4%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고 더 나아가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올해 성장률 목표 2.4%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2.4%를 반드시 달성하고, 더 나아가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이고 싶습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초부터 부진하면서 수출도 급전직하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는 국내 생산·소비·투자까지 위축시켰다. 일본은 지난해 수출규제조치를 단행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올해 반도체와 글로벌 경기의 반등에 힘입어 부활의 날개를 펼치려는 한국 경제 앞에 또 하나의 암초가 등장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갈등에 따라 되살아나려던 경기가 다시 뒷걸음질하지 않을까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숨죽이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한국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올 한해 나아갈 방향과 한국 경제 반등의 실마리에 대해 들었다. 홍 부총리는 '2.4% 성장률'이라는 정책 성과와 함께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성적표를 국민들 앞에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기회인가 위기인가.

▶위기 요인인 건 분명하다. 지난해 미중무역갈등에 따라 1년 내내 지속된 대외 불확실성이 1단계 합의 이후 걷히겠다 싶었는데 연초부터 또 다른 불확실성이 나타났다. 추후 수습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기회요인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리스크요인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변동성 확대 문제가 제일 크다. 실물경제와 수출측면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유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동지역 건설시장, 호르무즈해협 물동량, 1600여명의 이란·이라크 교민안전문제 등이 걸려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해 확실한 변화를 언급하고 주문했다.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제일 중요한 건 성장률로 나타날 것이다. 혁신성장, 포용성강화 노력, 구조개혁 노력 등보다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성장률과 고용, 분배 이런 등이다. 이젠 정책 성과가 지표의 개선으로 명확히 나타나야 한다.

-분배와 고용 지표는 지난해부터 개선되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성장률로 보인다.

▶올해 2.4%라는 정부의 성장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국민들이 그나마 경기의 개선 흐름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사실 2.4% 자체도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렇기에 2.4% 달성을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할 것이고,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도 그러한 주문이 상당히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 반등을 위해 추진할 과제들은 어떤 게 있나.

▶경기 반등은 정부의 의욕만이 아니고 글로벌 경제의 개선 흐름과 그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것이다. 그저 단기적으로 어려웠던 경제가 반등하는 차원이 아니라 5~10년을 내다보고 우리 경제가 탄탄하게 갈 수 있는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조치로 5대부문 구조혁신작업을 하겠다. 2.4% 달성에서 더 나아가 잠재성장률에 더 가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 나가면 잠재성장률 자체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도록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토대를 만들겠다. 5~10년 후에 '2020년 경제체질 구조를 바꿀 디딤돌이 놓였다'고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

-성장 못지 않게 포용성 강화도 강조했는데, 그동안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의 정책 외에 더 강화할 것은 무엇인가.

▶결국은 일자리다. 경제활력과 포용이라는 측면을 나눠 볼 때, 경제활력은 민간기업과 민간투자로 이끄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포용성 강화 노력은 결국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재정으로 노인일자리를 많이 늘렸다고 지적이 많았지만 5~10년전과 단순비교할 문제는 아니다. 올해만 해도 생산가능인구가 23만명 줄어들고, 이제 고용시장 벗어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1년에 70만~80만명 생긴다. 고령화가 진전되는데 이분들을 정부가 내버려두는 건 맞지 않다. '정년 후 계속고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하고 정부는 그 체계가 잡히기 전에는 노인일자리라도 제공하는 게 맞다. 선진국들이 다 갔던 길이다.

-인구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인구대책이 나왔지만 정년연장 논의는 잘 안 된 것 같다.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데 거의 20년이 걸렸다. 최근에 60세 입법이 완료된 걸 보듯 이 문제를 1~2년 내에 마무리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진중하게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사회적논의 분위기만 잘 형성돼도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 이전 과도기에 정부가 예산으로 계속고용장려금을 주는 등 간접지원하는 투트랙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만큼 고용은 늘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다.

▶기업이 발전하고 매출이 늘어도 기술발전이나 AI 때문에 고용은 줄어드는 게 제조업의 추세다. 늘어나는 취업수요를 맞출 수 있는 돌파구가 서비스업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나 취업 비중은 국민소득 3만~4만달러 국가들을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의료나 바이오 등 서비스업을 활성화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을 증진시켜야 한다.

아울러 고용 없는 성장을 고민할 때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인구변수, 소비패턴변수도 중요한 변수다. 인구문제와 더불어 소비는 최근 2~3년 소비를 보면 온라인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골목상권의 어려움으로 간다. 심지어 대형마트도 힘들어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소비패턴 변화를 어떻게 우리 경제가 대응할 것인가. 이런 구조변수들이 과거에는 적은 비중으로 다뤄졌으나 앞으로는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고, 이 분야 대책도 많이 만들 것이다.

-중앙정부의 채무가 700조원을 돌파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가량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채무는 재정의 역할과 규모, 국가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등을 종합 판단해야지 단순히 금액이 많다고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나 재정여력 등을 볼 때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굉장히 건전한 상태로 유지 중이다. 다만 최근 재정관리대상수지 적자가 조금 마이너스로 가고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서는 저도 우려하고 경계한다.

그래서 재정준칙을 설정해야 한다. 정부가 5년간의 중기재정계획을 국회에 내는 게 하나의 재정준칙이 될 수 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이나 OECD 등 국제기구는 이 중기재정계획을 재정준칙으로 쳐주지 않는다. 중기재정계획은 매년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중장기적 관점의 재정준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어 검토 중이다. 올해 마침 2065년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재정전망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내는 올해 8월쯤 되면 재정준칙안 검토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재정준칙을 세우면 오히려 유연성이 떨어져 위기대응에 불리할 수 있다.

▶정확한 얘기다. 재정준칙을 만들면 재정이 탄력적으로 작동하는 데 배치가 된다. EU(유럽연합)는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국가채무 60%, 재정적자 -3%라는 준칙을 만들어 모든 EU 국가들이 적용하도록 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할 때 EU국가들의 평균 채무와 적자 수치였는데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EU에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다.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재정이 대응하는 데 제약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준칙의 성격을 띄면서 재정의 탄력성을 저해하지 않는 묘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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