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OTC 시장에는 135개사가 상장돼 있는데 이들의 시총 합계는 14조3000억원, 상장사 1곳당 평균 시총은 1059억원에 육박한다. 코스피 상장사 평균 시총(1조8812억원)에 비해서는 훨씬 작은 규모지만 코스닥 상장사 평균 시총(1758억원)에 비해서는 60% 수준은 된다. 아주 영세한 종목들만 모여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K-OTC 시총 2위인 의료기기 전문업체 삼성메디슨의 시총도 8665억원에 이른다. 코스닥 시총 순위 40위권에 드는 아난티(8500억원) 동진쎄미켐(8500억원) JYP엔터(8400억원) 에스엠(8300억원)보다 더 큰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 최근 코스닥 상장사 루미마이크로 지분 9%를 인수한 신약개발 업체 비보존(8000억원), SK건설(76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7380억원), 반도체 및 FPD(평판디스플레이) 설비업체 세메스(7240억원), 현대아산(6073억원) 등이 K-OTC 시총 상위 종목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종목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상장 이전 단계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규증시 진입 전 단계의 투자는 리스크가 더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장 후에는 더 많은 투자자들의 매매수요가 몰려들 수 있어 시세차익을 거둘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삼성SDS, 우성아이비, 미래에셋생명, 제주항공, 카페24 등 종목들이 K-OTC에서 정규증시로 상장해 투자자 주목을 받은 대표 종목들이다.
물론 정규증시로 바로 상장하지 못해 수년째 K-OTC에만 머무르는 경우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삼성메디슨의 경우 K-OTC에서 현재 65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지만 2014년 9월 K-OTC 종목으로 지정된 후 현재까지 만 5년이 넘도록 상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K-OTC에서의 시세가 정규증시에서 그대로 보전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지누스는 코스피 상장 이후 최근일 기준 주가가 9만6000원을 넘어서며 공모가(7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코스피 상장 직전에는 한 때 9만32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당시 K-OTC에서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는 최근일 기준 수익률이 3%에 불과해 공모주 투자자(7만원)의 수익률(37%)에 크게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