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캥거루' 사진 한 장의 충격…'호주 산불' 전 세계가 나섰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1.08 04:30
글자크기

[MT이슈+] 24명 사망하고 동물 5억 마리 불 타… 5달째 거대 산불 휩싸인 호주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화재 현장에서 구출된 한 코알라. /사진=로이터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화재 현장에서 구출된 한 코알라. /사진=로이터


5개월째 거대 산불이 계속되면서 호주는 거대한 불구덩이가 됐다. 24명이 사망했고, 코알라 8000여마리가 희생됐으며, 포유류, 새, 파충류 약 4억8000만 마리가 불에 타 사라졌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보이자 전세계 곳곳에서도 호주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 5개월째 활활
호주에서는 늦여름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뒤 봄이 오는 9월쯤에는 잦아든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은 조금 달랐다. 기후 변화로 늦여름이 아닌 봄인 9월에도 초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지난해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하는 최악의 장기 가뭄이 이어지고 35도에 이르는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까지 겹쳐 산불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올드바에 들불이 번져 지난 9일(현지시간)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당국은 동부 해안을 강타한 화재로 최소 2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으며 15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다고 호주 당국이 밝혔다. 호주는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11.10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올드바에 들불이 번져 지난 9일(현지시간)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당국은 동부 해안을 강타한 화재로 최소 2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으며 15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다고 호주 당국이 밝혔다. 호주는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11.10


이렇게 시작된 산불은 해가 바뀐 현재까지 잦아들 기미가 없고, 오히려 여름을 맞아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맞물리면서 악화일로다. 시속 30~40㎞의 강풍도 상황 악화에 기여했다.

6일 기준 한반도 면적의 28%에 해당하는 630만 헥타르의 숲이 소실됐고, 포유류, 새, 파충류 약 4억8000만마리 또는 그 이상이 죽었다. 소방대원 10여명을 포함해 24명이 사망했고, 1300여채의 주택을 포함한 2500여 개의 건물들이 전소되기도 했다. 호주 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 청구 건수 5239건으로 총 3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보험 청구가 발생했다.

afp=news1afp=news1

상황이 이러하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수천명의 소방대원들을 돕기 위해 최대 3000명의 예비군을 소집했지만, '화염 토네이도(firenado)'현상 등으로 인해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염 토네이도는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와 불이 만날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바람 소용돌이다. 2003년 호주 산불 때나 최근 캘리포니아 산불 등에서 관찰됐는데 이 경우 불이 빠르게 확산하고 헬기를 띄우는 데 어려워 진화에 고충이 생긴다.

'호주 상징' 코알라·캥거루의 희생
호주엔 쿼카, 웜뱃, 에뮤, 펭귄 등 다양한 동물이 있지만, 코알라와 캥거루는 대표적인 호주 상징물이다. 코알라와 캥거루를 만날 수 있는 호주 야생동물원은 호주 최고의 관광지일 정도다.

그런데 이번 산불로 코알라와 캥거루가 참혹하게 희생됐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5일 CNBC에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이 시작된 이후 코알라 약 8000마리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리들은 약 30%의 코알라가 죽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불에 목이 탄 코알라가 26일 호주 애들레이드 인근 도로 한 복판에서 애나 휴슬러로부터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사진출처:애나 휴슬러 인스타그램> 2019.12.31산불에 목이 탄 코알라가 26일 호주 애들레이드 인근 도로 한 복판에서 애나 휴슬러로부터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사진출처:애나 휴슬러 인스타그램> 2019.12.31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호주 코알라 재단의 테보라 타바트 회장은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기능적 멸종 상태는 어떤 종의 개체 수가 너무 줄어 더 이상 생태계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국제환경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코알라를 멸종위기종으로 간주하고 있다.

코알라의 피해가 극심한 건 코알라가 움직임이 느려 불길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알라 보호단체의 수 애시턴은 "코알라들은 나무 위에서 그대로 불에 탔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태학자 마크 그레이엄도 유사하게 설명했다. 그는 산불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코알라는 불의 확산을 피해 빨리 도망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서 "특히 기름으로 가득한 유칼립투스잎을 먹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 불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대형 산불로 인해 타 죽은 캥거루. / 사진 = 미국의 서퍼 켈리 슬레이터( Kelly Slater) SNS 캡처호주의 대형 산불로 인해 타 죽은 캥거루. / 사진 = 미국의 서퍼 켈리 슬레이터( Kelly Slater) SNS 캡처
호주의 또 다른 상징적 동물, 캥거루도 피해가 막심하다. 얼마 전 ‘서핑의 황제’로 불리는 미국의 서핑선수 겸 배우 켈리 슬레이터가 올린 캥거루 사진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리며 호주 산불 사태 심각성을 알렸다. 이 사진엔 호주의 어느 평원에서 새끼 캥거루 한 마리가 철조망에 걸려 산불을 피하지 못하고 새까맣게 타서 숨진 모습이 담겨있다.

충격에 빠진 전세계, 도움 손길 이어진다
호주 산불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전세계에선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전날 호주 산불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나선 소방대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웃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도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

유명인들의 성금도 이어졌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도 NSW 산불방재청에 50만달러(약 5억원)의 화재 성금을 기부했으며,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도 호주 산불 진압을 위해 100만불(약 11억원)을 기부했다.

호주의 유명 테니스 선수 애슐리 바르티는 브리즈번 오픈 상금 총액을 모두 구호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으며 마리야 샤라포바는 2만 5000호주달러(약 2000만원)를 우선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남자 선수인 노바크 조코비치에 모금을 위한 경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거대 산불로 휩싸인 호주 위성사진 /사진=뉴스1거대 산불로 휩싸인 호주 위성사진 /사진=뉴스1
미국 팝가수 핑크는 50만 달러(약 5억 8천 500만원)를 기부하며 도움의 손길을 건넸고 셀레나 고메즈 역시 기부를 하며 "호주가 화재로 황폐화 됐다"고 알리며 기부를 독려했다.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는 사회를 맡은 제니퍼 애니스톤이 "오늘 (호주 출신 배우) 러셀 크로우는 산불로 인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러셀 크로우도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 지난해부터 호주 산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부가 이어졌다. AOMG의 대표 겸 래퍼인 박재범은 호주 산불을 위해 3만 달러(한화 3508만원)를 기부했다고 직접 밝혔다. 박재범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호주 NSW주 소방방재청 후원 링크를 공유하며 "3만 달러를 기부했다. AOMG 식구들에게도 기부를 하라고 했다. 이 기부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호주를 위해 기도해달라. 곧 만나자"라는 글을 올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