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생 아파트의 리모델링 바람, 왜?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20.01.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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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비해 인허가 기준 덜 까다롭고 사업단계 짧아… 건설사 수익타개 관심 맞물려

1990년생 아파트의 리모델링 바람, 왜?


재건축 연한이 한참 남은 1990년생 아파트들이 리모델링 바람을 타고 있다. 새 아파트의 가격이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초과이익환수제의 합헌 판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에 따른 재건축 사업환경 악화가 리모델링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마포구 '공덕삼성래미안1차'(이하 공덕삼성1차)는 최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주민 모임을 구성하고 있다. 이 단지는 1999년 준공했으며 651가구 규모다. 서울지하철 5호선 등 4개 노선이 지나가는 공덕역과 가장 가까워 공덕역 인근 래미안 단지 중 가장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마포·공덕 일대 신축으로 시세가 역전된 지 오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덕삼성1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12억5000만원(8층)에 실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1월 기록한 12억원(22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인근에서 2014년 입주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6억3000만원(25층)에 거래되며 지난 1월 14억원(5층)에 비해 2억원가량 올랐다.

공덕삼성1차 한 입주민은 “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가구당 대지지분이 적고 건물도 튼튼해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공덕 최고의 입지이기에 리모델링으로 아파트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대교 남단 한강변 단지인 강남구 '청담건영'도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해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1994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240가구다.

한강을 바라보고 있지만 용적률이 400%로 보통 재건축 추진 단지 용적률 200% 이하를 크게 웃돈 점 등이 리모델링으로 이끌었다. 인근 '청담아이파크'가 2012년 가구당 2억7000만원 가량의 분담금을 내고 리모델링을 진행해 재평가 받은 것도 자극이 됐다. 청담아이파크는 전용 84㎡를 110㎡로 증축하는 수평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리모델링 전 7억원 안팎이었던 84㎡ 매매호가는 현재 20억~24억원대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맞은편에 위치한 '잠원훼미리'(1992년 준공)도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각 2000년, 2002년 입주한 '반포푸르지오'와 '잠원동아'도 리모델링을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젊은 아파트들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은 재건축과 달리 인허가 기준이 까다롭지 않고 사업단계도 짧기 때문이다. 재건축 추진 연한이 준공후 30년 이상인데 반해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으로 짧다.

재건축을 위해서는 안전진단 최소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나 리모델링의 경우 수평증축 C등급, 수직증축 B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기부채납도 없다. GS건설 (16,480원 ▲840 +5.37%) 대림산업 (53,400원 ▲100 +0.19%) 등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라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는 등 건설사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리모델링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분양 가구수가 리모델링 전 기존 가구 수의 15%로 제한돼 재건축 대비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조차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인데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 부진으로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대한 관심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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