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국열차]1분 130억원! 홈쇼핑보다 낫다는 中왕훙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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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푸는 국제부 기자들] 연 5조원 수준 시장
광고주도 선호, 연예인처럼 기획사 생기기도

편집자주 복잡한 국제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보려 합니다. 재미있는 '썰'을 풀듯이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중국의 유명 왕훙 '신바'. /사진=에스디생명공학중국의 유명 왕훙 '신바'. /사진=에스디생명공학


[썰국열차]1분 130억원! 홈쇼핑보다 낫다는 中왕훙
중국의 남성 뷰티크리에이터 '신바(辛巴)'가 한국 화장품을 테스트하는 생방송을 켜자 그의 채널에는 접속자가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라이브 동영상플랫폼 콰이쇼우(快手)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진행된 이 방송에서 해당 제품은 5분 동안 무려 4250만세트가 팔렸습니다. 매출액이 4억위안(약 670억원)에 달합니다.



신바의 구독자는 3470만 명. 중국에서도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中 광고주들이 꼽은 최고의 마케팅 방법
중국이 '왕홍 경제'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왕홍은 '인터넷'의 '왕뤄(網絡)'와 '유명인의 '홍런(紅人)'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콰이쇼우, 더우인, 샤오홍슈 등을 통해 이뤄집니다.



2018년 기준 중국에서는 왕훙들의 라이브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모두 4조5000억원 넘는 제품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왕훙 마케팅의 성장세가 연평균 60%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시장규모는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왕훙 마케팅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광고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업체 애드마스터와 톱마케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주가 뽑은 최고의 마케팅 방법은 '왕홍 마케팅'이었을 정돕니다. 자오위 저장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홈쇼핑이 과장된 표정과 언어로 상품 판촉을 하는 반면, 왕홍들의 라이브 방송에서는 시청자와의 소통과 공감이 중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왕홍 마케팅' 벌이는 기업들
지난해 광군제 행사 당시 두 명의 왕훙이 함께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지난해 광군제 행사 당시 두 명의 왕훙이 함께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매체 징데일리는 "2020년의 큰 흐름 중 하나는 라이브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의 연속성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왕훙 마케팅의 위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동영상 플랫폼 등과 손잡고 이미 왕훙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는 자사 쇼핑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하루 10만 건이 넘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웨이보의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인 이즈보(Yizibo)와 위챗(WeChat)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마저 중국에서는 왕훙의 영향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타 킴 카다시안은 지난해 광군제 행사에서 유명 왕훙 비야 황과 함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쇼핑몰 티몰 글로벌에서 자신이 론칭한 향수 신제품 KKW를 홍보하기 위해섭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단 몇 분 만에 향수는 1만5000여 개가 팔렸습니다.

특히 뷰티산업에서 왕훙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로레알, 키엘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왕훙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SNP 등 한국기업들도 왕훙 마케팅에 나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혹시 부풀려진 효과? '왕홍 마케팅' 구독자 사재기 논란
왕훙이 침대 매트리스 리뷰를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왕훙이 침대 매트리스 리뷰를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왕홍 방송은 더 이상 혼자 할 수 있는 개인 방송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영화를 만드는 데 드는 만큼의 비용이 든다. 투자 비용이 훨씬 커졌다."

'왕홍 경제'가 점차 발달하면서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벼운 개인방송으로 시작했던 왕홍들이 MCN, 전자상거래 기업 등 대기업과 손잡으면서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MCN은 각각의 개인방송채널을 관리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로 연예기획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중국에는 최소 5000개의 MCN이 있는데 이들은 왕홍과 브랜드들을 연결해주고 제작비를 지원해 콘텐츠의 질을 높입니다. 이 때문에 아직 구독자 수가 많지 않은 '새내기 왕홍'들은 몇천만 명 단위의 구독자를 가진 '스타 왕홍'들을 뛰어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MCN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경우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잡음도 있습니다. 일부 중국 MCN이 소속 왕홍의 조회수를 돈으로 사고 있어서입니다. 2018년 인기 왕홍 카이슈쿤의 웨이보 영상의 조회수가 1억회 이상 공유되자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웨이보 전체 이용자 3억3700만명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카이슈쿤의 영상 조회수에 비해 말이 안되게 너무 높은 조회수가 나오자,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카이슈쿤이 팬을 샀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는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세계적인 디지털 PR회사 호프만에이전시의 니콜라스 찬 수석전략가는 "이것은 오랫동안 공공연히 행해졌던 관행이며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중국은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문제가 더 확대될 수 있는 건 맞는 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말 정부기관에 "홍보를 위한 자체 SNS 계정의 팔로워 구매를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기관마저도 그간 자체 SNS계정에서 팔로워를 구매해왔다는 방증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트위터 팔로워 절반 이상이 '가짜 팔로워'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습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역시 지난해 9월부터 허위 구독자 사재기나 허위 주문 등 부도덕한 사업관행을 단속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웨이보는 지난해 1월 댓글, 공유 등 총 상호작용할 수 있는 횟수를 게시물 당 100만건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까지 발표했습니다.

왕훙을 따르는 팬들은 개인적으로 그들과 강한 연대감을 가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만큼 배신감도 큽니다. 왕훙 마케팅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커머스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만큼, 이 같은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계속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신뢰감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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