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부자'들의 도시, 세종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저출산 해법 사례로 세종시가 많이 등장한다. 맞는 말이다. 일부 지자체는 출산 가구에 돈을 왕창 주는 저출산 제도로 주목 받았다. 부모 입장에서 보니 당장은 좋지만 길게 봐선 큰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다. 가장 필요한 건 세종시처럼 회사 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간 보장과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이다.
5박 6일만에 가족 재결합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들 1호와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키즈카페 등 매일 다른 곳을 찾았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기자단 송년회에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아들 1호./사진=이원주 고용노동부 홍보기획팀장
일요일 아내는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했다. 우리 가족은 가족실에 머무르며 재결합했다. 육아에 쏠렸던 일과 생활의 균형도 점차 맞춰야 했다. 사실 1호를 낳으면서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건 일과 생활의 비중이었다. 아내와 둘이 지낼 때만 해도 취재원과의 저녁 자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1호가 탄생한 직후 '100일 금주'에 돌입했다. 곰이 웅녀가 되듯 100일 후엔 이전과 달리 저녁 약속을 조절하는 '새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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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2호를 임신하자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경우는 잦아졌다. 특히 회사 행사 참석이 어려울 경우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내는 조산 위험이 있어 1호를 저녁 내내 혼자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괜히 찔렸다. 사람들이 '너만 애 키우냐'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진 않을지 의식했다.
회사 동료들은 기꺼이 배려해줬다. 하지만 주위의 안타까운 소식은 또렷하게 들렸다. 금융권 대기업에 종사하는 아내 친구는 출산 후 아이가 100일을 지나자마자 회사에 복귀했다.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사용하면 원하지 않는 부서로 전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내 친구는 육아 치트키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아내 친구는 평일엔 남편과 떨어져 아이와 부모님 댁에서 지낸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도 주말에야 세 가족이 모이는 신세다. 아내 친구 부부 모두 야근이 잦은 상황에서 친정엄마에게 육아 출퇴근을 부탁하긴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육아사회, 사장님의 한 마디가 필요합니다
아빠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이용 추이/자료=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육아휴직자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기업이 육아휴직 제도 개선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회사 더 나아가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의미일테다. 기업 대표가 '육아는 너의 권리이니 회사와 조율할 일이지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또 육아와 승진·평가는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직원에게 주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네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다. 1호와 2호의 공존도 시작됐다. 주변에선 조언이자 경고를 했다. 누구는 "둘 되면 훨씬 더 힘들겠지만 그만큼 행복해진다"고 했다. 다른 누구는 "딱 두 배 행복하고 20배 힘들다"고 했다. 가족이 하나 더 늘었으니 마음 먹기에 따라 행복은 더 커진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요즘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