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김숙·장도연, 이제야 빛 본 여성 연예인들 "25년 걸렸다"

머니투데이 박준이 인턴기자 2019.12.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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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김숙, 장도연, 홍현희(왼쪽 위부터)/사진=김창현 기자, 뉴스1, 뉴시스박나래, 김숙, 장도연, 홍현희(왼쪽 위부터)/사진=김창현 기자, 뉴스1, 뉴시스


박나래·송은이·김숙·안영미·장도연…지난 29일 열린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은 수많은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으로 수놓아졌다. '상은 남자가 받는다'는 오래된 연예계 불문율이 완전히 깨져가는 분위기다. 이제 '여성'이라는 수식어도 자취를 감추고 그들은 당당히 수상자로서 자리에 올랐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상을 거머쥔 여성 연예인들과 그들이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을 정리해봤다.

대상 박나래 = 연예대상 '3수'
개그우먼 박나래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개그우먼 박나래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코미디언 박나래가 마침내 대상을 받았다. 지난 3년간 그는 MBC 연예대상 후보에 올랐다가 수상에서 아쉽게 미끄러졌다. 지난해 이영자가 여성 연예인 통틀어 최초, KBS 연예대상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여성'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코미디언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박나래는 이날 수상 소감으로 "솔직히 대상은 내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나도 사람인데 정말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자 선배님이 어깨 펴고 당당 하라고 하고, 유재석과 전현무도 '올해는 네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이분들처럼 다른 대상 후보들에게 여유 있게 말할 수 있나 싶더라. (나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또 그는 "3년간 엄마가 시상식에 와 구경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오지 않았다"며 "엄마 나 상 받았어!"라고 외쳐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난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나래는 이후 KBS2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빅리그', MBC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 각종 방송사를 누비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달 박나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로 국내 여성 최초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뮤직&토크 최우수상 김숙 = 25년
개그맨 김숙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9 KBS 연예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개그맨 김숙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9 KBS 연예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코미디언 김숙 역시 지난 21일 열린 '2019 KBS 연예대상'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자엔 오르진 못했다. 그러나 29일 열린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뮤직&토크' 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며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5년이다.

이날 수상소감에서 김숙은 "내가 작년에 집에서 TV로 'MBC 연예대상'을 보고 있었다. 그때 송은이 씨가 최우수상 받으면서 이십몇 년 만에 여기 왔다고 이야기했다. 왜 구질구질하게 그런 이야기를 했나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25년 만에 처음 시상식에 왔다. 송은이 언니 마음을 이제 알겠다. 정말 고맙다"고 밝히며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김숙은 지난 1995년 KBS 1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02년 KBS2 '개그콘서트' 코너 '봉숭아학당'에서 따귀 소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무한걸스' '언니들의 슬램덩크' '서울메이트' '밥블레스 유'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휩쓸며 여성 MC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그가 언급한 송은이 역시 지난해 26년 만에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올해 같은 상을 2회 연속 수상했다. 당시 송은이가 시상식에 오른 건 방송 경력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 송은이는 수상 소감에서 "앞으로도 가능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싶고 판을 벌이고 싶다"며 '여자 코미디언의 자리'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장도연 = 13년
방송인 장도연이 지난 12월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SBS의 새 토크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방송인 장도연이 지난 12월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SBS의 새 토크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올 한해 '대세' 코미디언이 된 장도연은 '같이 펀딩' '호구의 연애'로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래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장도연도 고작 다섯 계단인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날 장도연은 "MBC 연예대상에 처음 초대받아서 왔다. 방송 3사 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은 게 처음이다"라며 "사실은 저기 앉아서 무대에 올라오는 데 다섯 계단인데 올라오는 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KBS 공채 22기 개그맨 출신인 장도연은 KBS '개그 콘서트'에서 활약한 뒤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밥블레스 유',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호구의 연애' '같이 펀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진행력을 인정받아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 단독 여성 MC로 출연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신인상 홍현희 = 12년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린 지난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언니네쌀롱' 개그우먼 홍현희가 레드카펫으로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린 지난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언니네쌀롱' 개그우먼 홍현희가 레드카펫으로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미디언 홍현희는 데뷔 12년 만에서야 '스타 신인'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홍현희는 "신랑이 지난해 연예대상을 보면서 '너도 언젠가 저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신랑 덕분에 당겨진 거 같아서 고맙다.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현희는 지난 2007년 SBS 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이후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개그투나잇' '코미디 빅리그'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했다. 그러던 중 TV조선 '아내의 맛'에 남편인 디자이너 제이쓴과 함께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재 MBC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언니네 쌀롱' 등에 출연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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