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는 K팝이 시위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하철 요금 인상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APEC 정상회의 등 국제적인 행사까지 취소될 정도인 그곳이다.
보고서가 알려진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곳에는 돈 50원도 아끼면서 정부가 여전히 헛된 곳에 세금을 쓰고 있다는 비난이 폭주했다. 칠레 야당 의원 마르셀로 디아스는 “세금을 엉뚱하게 썼다”며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정책이지 K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K팝 팬들로 추정되는 여러 무리의 젊은이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군중 시위의 모범으로까지 평가받게 된데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한국의 위상변화가 자리한다. 사실 과거에는 대한민국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한국전쟁의 폐허나 어깨띠나 머리띠를 두른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이나 군병력과의 극한 대치가 일반적이었다. 그랬던 것에서 탈피하게 된 데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어진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 2016 ~ 2017년 탄핵 정국을 관통하는 천만명 촛불시위 등이 자리한다.
영화 ‘캣츠’ 홍보를 위해 내한한 영화감독(톰 후퍼)은 우리나라를 찾은 계기로 “(내 감독작품인)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를 한국에서 촛불 시위를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부르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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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같은 찬사는 이제 유효기간이 다 했다. 해를 넘겨 이어지는 광화문과 국회 주변의 시위 풍경에는 극심한 편가름이 자리한다. 시위대와 진압대열 쪽 젊은이들에게 서로 꽃을 달아주고 의견이 달라도 차분히 상대방 목소리에 경청하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위 한류는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는 없다는 말도 된다.
새해에 또다시 밝은 아침을 기대한다.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모든 이의 머리 위에 ‘편가름 없이’ 이글거리기(김민기 작사, 송창식 작곡의 노래 ‘내 나라 내 겨레’의 일부분)를 말이다. 마침 민중의 노래 한 대목도 꼭 같다.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다시 모두가 눈부셔하는 새해 아침이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