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디어 생태계 변화의 시작을 함께하며

머니투데이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2019.12.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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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디어 생태계 변화의 시작을 함께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인수 건에 대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 출자자 변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과기정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사전 협의, 이해관계자 수렴,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논란이 있었던 알뜰폰 분리매각 문제에 대해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400만이 넘는 양질의 유선 가입자를 확보함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매각되는 CJ헬로 역시 무선 서비스와의 융합을 위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정부 역시, LG유플러스에게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유료방송에서 지역성 강화를 위한 투자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윈윈 정책을 추진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디어 산업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진출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소위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D(디즈니)의 미디어 산업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이를 잘 살펴보면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의 강자는 오로지 디즈니뿐이며 모두 각기 다른 산업에서 IC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롭게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기존의 소셜 미디어에서 숏폼(short form)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통해 넘어 왔으며, 애플은 애플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에서 앱을 유통하는 플랫폼, 음악서비스를 거쳐 애플TV+를 통해 미디어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넷플릭스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비디오와 DVD를 공급하는 사업자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와 OTT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구글 역시 유튜브 인수를 통해,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모두 미디어 생태계로 진입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요소를 뽑자면 모두가 플랫폼 사업자이며 많은 가입자, 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변환하는 ICT를 사용한 사업자라는 점이다.

FAANG의 대부분 사업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엄청난 가입자를 모집했다. 이는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시켜주는 '양면시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플랫폼과 소비자 양쪽을 모두 연결하는 사업자로서 ‘시장을 만드는 사업자(Market Making Firm)’인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자신들의 상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입자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전에도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 경험이 있다. 이번 CJ헬로의 인수를 통해 가입자를 확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더불어 알뜰폰 시장에서도 자사 내부 거래 수준으로 도매 구조를 형성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해서 케이블 산업의 종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인수가 단순히 케이블 산업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많은 가입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제공하는 시장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비자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플랫폼 사업 영역을 공고히 해 다양한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알뜰폰과 금융업, 알뜰폰과 유통업, 5G(5세대 이동통신)와 자율주행차 등이다.

이런 부분들의 성공이 결국 우리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동인으로 생각된다. 이런 변화의 첫걸음을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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