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방법은 늘었는데, 왜 내 짝은 없을까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1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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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모던 로맨스’…SNS 시대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연애할 방법은 늘었는데, 왜 내 짝은 없을까


이제 사랑은 수많은 선택지 중 자유롭게 고를 만큼 방법도 다양해졌고 정서적 교감을 나눌 시간도 늘어났다. 단순히 기술의 발달로 달라진 풍경이 아니라, 사랑을 찾는 방식의 문화 자체가 극적으로 변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웃에 사는 괜찮은 사람과 만나 결혼했다. 가족들끼리 만나 서로 살인자 집안은 아닌지 확인해 본 다음 곧장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질 때까지 결혼 당사자들은 24세 정도였다.



반세기 전까지의 결혼은 ‘생존 공동체’가 목표였다. 남자는 가장으로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자는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는 식이다. 집에 치킨을 사 들고 들어오는 남자는 ‘좋은 남편’ 평가를 받았고, 집을 깨끗이 관리하며 2.5명의 아이를 출산한 여자는 ‘좋은 아내’였다. 그들은 열렬한 사랑 때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 위해 결혼한 셈이다.

오늘날 우리의 결혼에 대한 관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평생 함께할 사람을 찾는, ‘소울메이트’가 주요 목적이다. 가족을 꾸리기에 적합한 누군가를 찾는 생존 공동체가 아닌 진정으로 깊이 사랑하는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



소울메이트를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정서적 노력이 필요하다. 탐색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줄여주는 막강한 도구가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싱글 전용 클럽’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셈이다.

연애 전선에 뛰어든 현대인은 이제 무슨 매체를 이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문자?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2012년 텍스트플러스 조사에 따르면 13~17세 미국인 중 58%가 데이트 신청을 할 때 문제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전화 통화 대신 문자 메시지로 통신 수단이 변화하면서 몇 가지 부작용도 발생했다. 악의없는 말 한마디, 맞춤법이나 구두점 실수 같은 사소한 일도 맥락에 따라 오해나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 또 우리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도 독특하다. 전화는 상대방이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의 과정’이 요구되지만, 문자는 그보다 훨씬 빠른 응답에 길들여져 빨리 답을 듣지 못하면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며 혼돈과 상처, 분노의 폭풍을 겪어야 한다.


인터넷 발달로 탄생한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는 싱글에겐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2015년 현재, 미국인 38%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트 앱도 폭력적 대화를 유발하는 ‘인간쓰레기’를 만난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양산한다.

선택지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누군가와의 관계에 완전히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 연구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로 인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에 빠진다는 것을 여러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2014년 이별을 경험한 18~30세 사이 성인 27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이별을 통보했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56%에 이르렀다. 문자 메시지가 25%로 가장 높았고 소셜미디어(20%), 이메일(11%) 순이었다. 반면 직접 만나서 이별을 통보한 사람은 18%에 지나지 않았고 전화 이별 통보자는 15%에 불과했다.

문자 메시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별을 전하는 이들은 그 이유를 “덜 어색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답변자들의 73%는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이별을 통보받으면 썩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답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헤어졌다고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우리는 옛 연인과 다시 접촉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통해 구애인의 페이지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88%는 상대방의 활동을 샅샅이 뒤진다. 구애인에게서 차단당한 사람 중 70%는 친구의 계정을 빌리는 등의 수단까지 동원해 구애인을 염탐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도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작은 도시에 이르는 수많은 곳에서 초점 집단을 꾸리고 수백 여건 인터뷰와 온라인 게시판의 수천 여건의 메시지를 분석했다. 결론은 한결같다. 연애할 방법은 늘었는데, ‘내 짝’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모던 로맨스=아지즈 안사리,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노정태 옮김. 부키 펴냄. 45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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