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오케이 부머', 한국어론 '네다틀'…나이 많다고 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12.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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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풍자 열풍, 콘텐츠·이모티콘에 과자까지…특정 세대 혐오 우려, "나이가 아니라 태도"

영어 '오케이 부머', 한국어론 '네다틀'…나이 많다고 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말, 요즘 들어 부쩍 유행이다. 통상 이 말로 시작되는 '일장 연설'에 대한 풍자로 쓰인다. 이를 듣기 싫은 거부감의 통쾌한 표현이며, 고리타분하단 인식이다. 보통 나이든 이들이 자주 쓰고, 젊은이들이 싫어한단 이미지 때문에 세대 간 '소통 문제'로 보여지기도 한다.

'Latte is horse(라떼는 말이야)'는 이렇게 영어로도 표현되고 있다. 실제 우리 얘기만이 아닌 게 확인 됐다. 다른 나라에서 쓰인 비슷한 표현이 화제가 됐다. 뉴질랜드 의회서 한 20대 여성 의원이 던진, "오케이, 부머(OK, boomer)"란 말이 그것이다.



이른바 '꼰대'에서 '라떼는 말이야', '오케이, 부머'로 이어지는, 이 열풍을 어떻게 봐야할까. 전문가들은 꼰대 열풍이 특정 세대 혐오로 이어져선 안 되며, 실제 꼰대는 연령이 아니라 태도 문제라고 했다.

소통이 어려운 '꼰대', 속시원한 일갈
영어 '오케이 부머', 한국어론 '네다틀'…나이 많다고 다?
'꼰대(kkondae)'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정의도 가지각색이지만, 대부분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BBC 방송에선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 풀이했다. 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꼰대는 은어이며, 늙은이를 이르는 말 또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 했다. 어원에 대해선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nte)'에서 비롯됐단 얘기가 있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말은 이미 1960년대 신문 소설 등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꽤 오래된 말이다.

어쨌거나, 요약하면 '꼰대'에 담긴 부정적 의미의 핵심은 '말이 안 통하는 것'이다. 여기엔 구체적으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 둘째는 그래서 이해와 공감을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걸 일방적으로 옳다고 우기는 것이다.

이 같은 꼰대에 대한, 속시원한 일갈이 '라떼는 말이야'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를 비꼬면서,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들 위주로 공감을 하며, 유행처럼 번졌다. 이를 인용해 지난 3월 방영된 삼성생명 CF는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755만건을 기록했고, 이 이름을 딴 과자도 출시됐다.


영어 '오케이 부머', 한국어론 '네다틀'…나이 많다고 다?
비단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얘긴 아니다. 해외에선 비슷한 말로 "오케이, 부머(OK, Boomer)"란 말이 유행이다. 지난달 4일 뉴질랜드 의회서 클로에 스와브릭 녹색당 의원(25)이 탄소제로 법안 관련 발언을 하다 뱉은 말이다. 기성세대 의원들이 그를 향해 야유하자, 스와브릭 의원은 "오케이, 부머"라 응수했다. 여기서 '부머'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신조어를 소개하는 웹페이지 '어반 딕셔너리'는 '오케이 부머'에 대해 "베이비 부머들의 바보 같은 얘기가 틀렸음을 설명하는 게 어려워, 그냥 무시하고 알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네, 다음 꼰대(네다꼰)"이나 "네, 다음 틀딱(네다틀)" 정도가 되겠다.

"꼰대는 나이가 아니라 태도"

영어 '오케이 부머', 한국어론 '네다틀'…나이 많다고 다?
문제는 꼰대 열풍이 세대 혐오를 막연히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주로 기성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란 선입견을 갖게할 수 있단 것. 그러면 젊은 세대는 소통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게 되고, 기성세대 역시 '무관심'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높다. 괜히 나섰다가 '꼰대'란 얘길 듣기 싫어서다. 이에 세대 간 소통 부재를 넘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꼰대'를 경험한 이들은 "꼰대가 나이가 아니라 소통 방식과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이광수씨(31)는 "대학교 신입생 때, 3학년이 '야, 나 때는 안 이랬는데, 요즘 애들은 군기가 빠졌다. 살기 편하겠다'고 했던 게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가 아니란 얘기였다. 그러면서 이씨는 "오히려 그 때 50대였던 전공 담당 교수님은 누구보다 학생들 마음을 잘 이해해주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주부 최모씨(45)는 "중학생이 된 아들이, '요즘 초딩들은'이란 말을 쓰는 걸 보고 우습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고 보면 꼰대는 특정 세대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이해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 전문가는 "꼰대는 스스로의 경험만 중요시하고, 상대방 경험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라며 "일방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정유희 작가는 '듣고 싶은 한마디, 따뜻한 말'이란 저서에서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고 싶을 때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단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상대방에게 먼저 조언하지 않는 게 좋고 △내 기준에서 옳은 답이 상대방에게 옳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며 △정답을 알려주기 보다 상대방 스스로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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