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대신 연임" 금융그룹 CEO들이 살아남은 이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12.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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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7명 전원', 신한 '8명 중 7명' 연임

"교체 대신 연임" 금융그룹 CEO들이 살아남은 이유


연말 금융그룹 CEO(최고경영자) 인사의 키워드는 단연 ‘연임’이다. KB금융그룹은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CEO 7명 모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회장의 연임에 이어 8개 자회사 CEO 중 7명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회사마다 내부적으로도 안정을 택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20일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 등 전원의 연임을 결정했다.



윤종규 회장이 만 5년간 KB금융을 경영하면서 연말 임원 인사에서 단 한 명의 CEO도 교체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새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윤 회장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적임자들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양종희 대표의 연임이 대표적 사례다. 최초 2년 임기에 이어 3연임에 성공해 내년 말까지 만 5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다른 계열사 대비 실적이 눈에 띄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손보업계의 출혈경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리스크 관리와 내재가치 상승에 공을 들인 점을 인정받았다.

규제 환경 악화로 여신시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돋보이는 성과를 낸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의 연임도 자연스럽다. KB금융 대추위는 전원 연임의 배경으로 ‘검증된 리더’에 방점을 찍었다. 대추위는 “국내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해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창출할 능력이 있는 후보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9일 열린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도 ‘지속가능 성장’과 ‘미래성과’에 방점을 뒀다. 자경위는 “내년은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안정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해달라”고 주문했다. 임기가 끝나는 8명의 자회사 대표 중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 사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 등 7명이 연임하게 된다.

특히 2연임에 성공 내년 말까지 만 4년 임기를 보장받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자경위로부터 “그룹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한 영입사례가이건혁 미래전략연구소 대표다. IMF(국제통화기금) 아태지역국 조사관, JP모건체이스 은행 아시아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거쳤다. 자경위는 “내년 거시적인 관점의 시장·경제 분석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그 적임자”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KB금융의 ‘연임’ 릴레이가 내부 사정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채용비리 사건에 따른 법률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까닭에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B금융 역시 윤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 만료되므로 이른 세대교체보다는 현 체재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교적 ‘단명’에 그쳤던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CEO들이 ‘장기 연임’하는 게 관행이 될 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제 남은 관심사는 경쟁그룹이다. ‘리딩금융그룹’ 경쟁의 선두권인 신한·KB금융의 ‘안정’ 기조가 경쟁 금융그룹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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