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넘는 아파트 사면 전세대출 즉시 갚아야 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9.12.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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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대책]'전세대출 활용 갭투자 방지'..2주택자·고가 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내년 1월 신규부터 적용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A씨는 서울 강북지역에서 사는 전세 세입자다. 그는 전세보증금 4억원을 낼 여유가 있지만 따로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전세대출금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내고, 본인의 여유자금 5억원으로는 서울 중심가의 주택을 구입했다. 해당 주택은 전세를 낀 집인데 보증금이 7억원. 그는 7억원의 전세보증금을 승계 받고 본인의 여유자금 5억원을 보태 12억원의 고가 주택을 사들인 것이다. A씨는 강북 지역에서 전세민으로 살고 있지만 새로 산 강남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에서 일종의 '몸테크'를 하고 있는 셈이다.

A씨처럼 집값상승을 기대하며 전세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우회로가 아예 차단된다. 2주택을 보유하거나 시가 9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 종전에 받은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방지' 방안을 내놨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새로 사들이거나 가격과 상관없이 2주택 이상 보유하게 되면 이미 받은 전세대출을 즉시 갚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전에는 전세대출자가 2주택을 보유하면 기존의 전세대출 보증의 만기연장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보증 만기연장 금지 뿐 아니라 아예 대출이 회수되는 것이다. 그만큼 '갭투자' 규제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주택자 뿐 아니라 1주택자라도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구입시에는 전세대출을 즉시 갚아야 한다. 9억원 미만의 1주택자는 종전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자는 보통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공적보증인 주택금융공사,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사적보증인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공적 보증 뿐 아니라 사적보증인 서울보증보험에 대해서도 '갭 투자'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 강도를 높인 이유는 우선 '갭투자'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한 가운데 본인의 보유자금이 부족한 경우 전세대출을 끼고 손쉽게 '갭 투자'를 하는 투기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보증금을 승계해 매수하는 '갭 투자'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갭투자 비중은 서울의 경우 지난 7월 49.8%에서 지난달 56.1%로 늘었고 같은 기간 강남4구 역시 57.8%에서 63.5%로 확대됐다.

둘째로는 '갭투자'에 전세대출이 동원되면서 정작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 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적보증의 경우 재원이 한정적인 만큼 본래 전대대출 목적에 부합하게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화된 규제는 보증기관의 내규 개정 후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내년 1월 전세대출을 신규로 받은 사람이 추가로 9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거나 2주택자가 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세계약이 종료될 까지는 원래 규제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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