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너무 많아서 전부 다룰 수도 없다. 하지만 숫자가 2019년의 K-POP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대형 TV쇼 데뷔, 성공적인 투어, 빌보드 차트 진입, 기록적인 유튜브 조회, 유명 시상식에서의 수상 기록이 수 년에 걸쳐 쌓이고 더 큰 수준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올해 그 모든 것은 역사상 가장 거대하다. 하지만 누군가 2019년이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이 ‘역대 최고’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물론 그 성공은 필요했다. 라틴 음악에게 ‘Despacito’가 필요했던 것처럼, 지금 K-POP에게는 BTS가 있다. ‘Despacito’의 역사적인 ‘핫 100’ 16주 1위는,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 만이 아니라 다른 라틴 출신 아티스트에게도 기회를 열었다. 주요한 라틴 팝 신곡이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신곡 플레이리스트에 올라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간다. 심지어 스페인 뮤지션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간단히 말해서 라틴은 팝, 힙합, R&B 다음으로 확실한 주류 장르가 됐다. K-POP의 현재 상황은 ‘Despacito’와 BTS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요컨대 라틴 팝에 비할 수는 없지만,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존재.
K-POP의 위치는 역설적으로 부정적인 뉴스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과거 K-POP 보이밴드가 영미권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남성성’ 문제를 넘어설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K-POP이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는 인식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누군가는 이를 엘비스 프레슬리가 50년대의 보수적인 미국에서 퇴폐적이라고 공격받았던 것과 비교한다. 좀 더 가깝게는 2000년 전후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던 것과 비슷하다. ‘왜색 논란’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했던 이 논란은 일본 대중문화 수입이 허용된 이후 잠시 존재하다 이제는 사라졌다.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경쟁력을 잃으면, 누구도 그것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