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의 K-POP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19.12.1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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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미국의 K-POP


2019년은 K-POP이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쉽게 말할 수 있는 한 해다. 빌보드의 2019년 연간 차트는 좋은 정리가 될 것이다. 빌보드의 주요 차트를 1년 단위로 집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BTS는 ‘아티스트 100’ 26위다. 그룹만 따지면 4위다. 퀸, 이매진 드래곤즈, 비틀즈 다음이다. 락 송 차트 정상에서 1년 내내 살고 있는 패닉! 앳 더 디스코가 7위다. ‘빌보드 200’은 51위와 118위에 2개를 올렸다. 앨범 판매만 보면 ‘Map Of The Soul: PERSONA’이 6위다. 아티스트별로 합산하면 3위다. 퀸과 테일러 스위프트 다음이다.

숫자는 너무 많아서 전부 다룰 수도 없다. 하지만 숫자가 2019년의 K-POP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대형 TV쇼 데뷔, 성공적인 투어, 빌보드 차트 진입, 기록적인 유튜브 조회, 유명 시상식에서의 수상 기록이 수 년에 걸쳐 쌓이고 더 큰 수준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올해 그 모든 것은 역사상 가장 거대하다. 하지만 누군가 2019년이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이 ‘역대 최고’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물론 그 성공은 필요했다. 라틴 음악에게 ‘Despacito’가 필요했던 것처럼, 지금 K-POP에게는 BTS가 있다. ‘Despacito’의 역사적인 ‘핫 100’ 16주 1위는,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 만이 아니라 다른 라틴 출신 아티스트에게도 기회를 열었다. 주요한 라틴 팝 신곡이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신곡 플레이리스트에 올라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간다. 심지어 스페인 뮤지션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간단히 말해서 라틴은 팝, 힙합, R&B 다음으로 확실한 주류 장르가 됐다. K-POP의 현재 상황은 ‘Despacito’와 BTS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요컨대 라틴 팝에 비할 수는 없지만,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존재.



그래서 미국 시장은 스스로 K-POP을 재현하고 싶어한다. 수퍼M은 SM엔터테인먼트의 수퍼 그룹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지만, 산업적으로는 미국의 캐피톨이 개념을 제안한 결과물이라 중요하다. K-POP 아티스트를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밖에 찾을 수 없고, 그것이 고유한 연습생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면, 캐피톨은 거의 유일한 접근법을 찾은 것이다. 다른 레이블이 비슷한 시도를 할 수 있겠지만, 가장 편리하고 빠른 옵션은 이미 캐피톨이 가져갔다.

K-POP의 위치는 역설적으로 부정적인 뉴스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과거 K-POP 보이밴드가 영미권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남성성’ 문제를 넘어설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K-POP이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는 인식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누군가는 이를 엘비스 프레슬리가 50년대의 보수적인 미국에서 퇴폐적이라고 공격받았던 것과 비교한다. 좀 더 가깝게는 2000년 전후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던 것과 비슷하다. ‘왜색 논란’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했던 이 논란은 일본 대중문화 수입이 허용된 이후 잠시 존재하다 이제는 사라졌다.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경쟁력을 잃으면, 누구도 그것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POP은 이제 음악 취향의 유의미한 선택 중 하나가 되었다. 라틴 팝이 더 이상 ‘Macarena’가 아닌 것처럼, K-POP도 ‘강남스타일’이 아니다. 사실 이건 한국 문화의 많은 부분이 2019년에 이룩한 성과이기도 하다. 가장 비슷한 것은 한국 음식일 것이다. ‘치맥'과 만두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인조차 그 맛이 궁금해지는 미국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유일한 한국인 손님으로 앉아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이른바 ‘국뽕’보다 복잡하지만 차분하다. 숫자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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