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반사이익?…고무줄 수치 '발등' 찍은 정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12.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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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미미하자…"데이터 괴리, 재산정 하겠다" 궁색한 해명, 풍선효과 대책 없어…반쪽짜리 정책 한계

문케어 반사이익?…고무줄 수치 '발등' 찍은 정부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가 시행되면 민영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이 크게 줄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만큼 보험료를 낮춰 혜택을 가입자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하지만 반사이익 산출 방식에서부터 문제점을 드러내며 발등을 찍었다. 정부는 문케어 시행 직후인 2018년 반사이익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실손보험료를 동결했다. 지난해에는 반사이익으로 6.15% 가량의 인하요인이 있다며 보험료 인상을 일부 억제했다.

하지만 올해는 반사이익이 0.60%로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실제 의료 서비스 이용과 자료 간 괴리"가 있다며 내년 중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해 반사이익 규모를 재산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예컨대 뇌혈관 MRI(자기공명영상) 이용은 실제 의료이용량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해명이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실제로 실손보험은 반사이익보다 ‘풍선효과’로 적자에 허덕이는 상태다.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돼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을 보전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거나 기존에 흔하지 않았던 비급여 진료를 많이 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백내장 수술이다. 일부 병원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백내장수술을 하면서 다초점렌즈를 삽입해 시력교정까지 해 주고 검사료를 부풀리는 식으로 건당 60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받았다. 보험사별로 수백억원대의 보험금이 나갔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130%를 넘어섰다.

문 케어 시행 초기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이 가입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풍선효과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핵심은 공적 보장 확대와 총의료비 통제인데 급여 진료를 확대해 공적 보장을 늘렸는데도 총의료비 통제가 안 된다면 결국 반쪽짜리 제도개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풍선효과로 인한 실패 사례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반사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2013~2014년에 4대 중증질환 관련 125개 항목을 급여화했다. 하지만 2014년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77.7%로 2012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선택진료비 항목이 줄어들었지만 주사료, 처치·수술료, 영상진단·방사선치료료 등 나머지 비급여 비용이 모두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비급여 항목을 제한하면 또 다른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통제되지 않은 탓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반사이익이 명확하면 추후 반영해 보험료를 내리라고 해도 되는데 정부가 성급하게 이를 선반영해 보험료를 동결하거나 인상을 자제하라고 하면서 손해율이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결국 가입자들도 한꺼번에 보험료가 올라 부담을 느끼고 보험사는 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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