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최선희 "트럼프 발언, 실언이면 다행이지만 계획된 도발이면 매우 위험한 도전"=북한은 5일 대미협상 책임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로 "며칠 전 나토수뇌자회의(나토정상회의) 기간에 다시 등장한 대조선무력사용이라는 표현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우리가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라고 했다.
최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여나온 실언이였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바로 2년 전 대양 건너 설전이 오가던 때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으로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녕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여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04. [email protected]
이 시각 인기 뉴스
최 제1부상의 담화 발표 전날(4일) 북한은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명의 담화로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밝혔다. 또 "무력 사용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데 대하여 매우 실망하게 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소식(트럼프 대통령의 군사력 발언)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했다.
총참모장은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데, 북한에서 군 차원 대미 경고 담화가 나온 건 북미 대화 국면이 시작된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 담화가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재단의 마이클 매든 연구원은 5일(현지시간) CNN에 북한이 총참모장 명의로 성명을 낸 경우가 드문데다, 김 위원장이 말을 타고 백두산을 방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함께 공개된 걸로 봐 이 성명에 무게가 실린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선회를 암시하고 있지만, 미국도 입장을 바꿀 기미가 없다. 하이노 클링크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총참모장 담화 후인 4일(현지시간) 한 강연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은 결코 철회된 적이 없다”며 “군사력은 억지력으로 기여하기 위해 존재하고 안정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측이 아직은 수위조절을 하고 있는 모습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을 언급하면서도 "나와 김 위원장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북미협상 동력이었던 정상간 관계를 다시 거론했다. 최 제1부상의 이날 담화도 "실언이었다면 다행"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유(로켓맨)에 대한 입장을 내면서도 상황악화는 피하려는 수위조절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