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가' 부르는 케냐 어린이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2.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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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투자 후 비싼 중국 철도 이용 강요…학교선 중화사상 전파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의 돈을 덥석 받은 대가는 혹독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 각종 인프라 투자로 빚더미를 안긴 뒤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만든 시설만 사용할 것을 강제하거나, 학교에서 중화사상 교육 등을 일삼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선 중국이 지은 철도를 강제로 이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33억달러를 들여 2017년 완공한 철도에 의무 화물 운송량을 할당한 것이 문제였다. 현지 당국은 다른 운송수단보다 평균 50%나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중국 철도만을 이용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냐항만공사(KPA)는 "우리는 철도 이용량을 의무적으로 채워야할 비율이 있다"면서 "우리가 준공시 이를 보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철도 사업은 중국 국영 수출입은행, 케냐항만공사(KPA), 케냐철도공사간 이뤄졌는데, KPA는 해당 철도에 연간 화물 100만톤을 운송할 것을 보증했고, 2024년까진 이 비율을 600만톤으로 올리겠다고 계약을 맺었다.

현지 무역업자들은 트럭을 이용하면 항구에서 나이로비까지 운송료가 약 400달러 들지만, 중국 철도를 이용할 경우 800달러가 든다며 가격차이가 2배정도 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케냐 정치권에서도 "서커스 같은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교통부 장관을 소환했지만, 장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짊어져야할 채무도 문제지만, 이렇게 통계로는 보이지않는 요소들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이 120억달러를 투입해 철도를 지은 에티오피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렇게 철도를 비롯해 학교, 병원, 항만 등 각종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여기에 들어간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자원개발권을 얻는 식으로 영향력을 점점 키우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필수 원재료인 코발트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콩고에서는 중국이 코발트 생산이 가장 많은 광산 7개 중 4개를 소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광산 노동자 중 30% 정도는 어린이들이라고 전했다.


일대일로 때문에 중국인들의 아프리카 유입이 늘어나면서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고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상아를 밀수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 이후부턴 매년 3만마리에 달하는 코끼리가 불법 수렵 당하고 있어서다.

지난달말엔 트위터에 아프리카에 세워진 중국학교에서 회색 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체벌 받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중국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마자세를 취한채 팔 위에 막대를 하나씩 올혀놓고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처벌을 받은 받았다. 이들이 부른 노래도 '중국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진=트위터 캡처./사진=트위터 캡처.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구실로 중화사상을 전파하는 일은 대학교에서도 벌어진다. 중국은 우간다 마케레레대학은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1만7000여명을 교육시키는 등 아프리카 전역에 공자학원만 70~80여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나이로비의 일부 초등학교는 이미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리치면서 중국 애국가를 부르게 한다. 케냐는 내년부터는 아예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포함할 예정이다.

일대일로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은행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국가간 여행시간이 기존보다 12%, 무역은 최대 9.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76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겪고 있는 극심한 빈곤도 해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2013년 발표한 ‘신(新)실크로드 전략’으로, 아시아부터 유럽, 아프리카까지 육상과 해상 교통 인프라에 투자해 실크로드경제벨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은 여태껏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575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간스탠리는 이 금액이 2027년까지 1조3000억달러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도 130여개국이다. 중국의 예상대로 추진된다면 전세계 약 46억인구를 아우르는 거대 경제벨트가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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