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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구로농지 사건' 피해 유족에 국가 660억 배상해야"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12.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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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소멸시효 완성 안 됐다"





1960년대 '구로농지 사건' 피해농민 유족이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총 660억원대 배상금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박모씨 등 17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박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고 정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구로농지 사건은 1960년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 조성을 위해 국가가 농민을 강제로 내쫓고 토지를 수용한 사건이다. 농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냈고 일부는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이 소송에서 증언한 공무원들에게 위증죄를 뒤집어씌우고, 소송을 낸 농민들을 수사해 소송사기 등 혐의로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농민들이 승소한 민사판결에 재심을 청구해 승소했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이라며 재심사유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피해농민이나 그 유족은 형사사건 재심을 청구해 2011년 12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민사재심판결에 대한 재심도 청구해 정부의 종전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들이 2013년 4월부터 확정되기 시작했다. 박씨 등 199명은 이에 따라 '정부의 불법행위로 권리를 상실해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 배상과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으나 정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박씨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는 인정된다며 65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농지 소유권 취득이 불발된 1998년 당시 토지 시가에서 상환곡(1947년 6월 공포된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를 받은 농민이 그 농지의 값으로 정부에 상환하던 곡식) 액수만큼을 제외한 부분을 유족이 배상받아야 할 손해액으로 산정, 1심보다 13억원 늘어난 66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과 같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2013년 4월 민사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박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채권자인 정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일부 잘못이 있지만 정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박씨 등의 손해배상청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2조1항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라며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5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정부 측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 남용에 해당돼 허용될 수 없다고 했으나 이는 헌재 위헌 결정에 따라 이미 효력이 없는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박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해 장기소멸 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정부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7년 피해 농민 유족 등 330여명이 낸 소송 상고심에서 1165억원대 정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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