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일하는 '알바 브이로그' 왜 보시나요?"

머니투데이 구단비 인턴 2019.1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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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 가고 싶다" VS "커피양 고작 그정도냐"…전문가 "동질감 때문"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수능이 끝난 후 '꿀알바(급여가 높고 근무 조건이 좋은 아르바이트)'를 찾고 싶은 A씨는 유튜브 속 알바 브이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카페나 빵집의 경우 설거지가 많아 힘들 것 같고, PC방이나 만화방도 의외로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서실이나 코인노래방 같이 앉아서 응대만 하는 알바가 가장 쉬워 보여 집 앞 독서실 알바를 지원했다.

최근 카페·베이커리·놀이공원·편의점·만화방·키즈카페·독서실 등 많은 알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알바 브이로그(Vlog·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알바 브이로그 촬영이 '불편하다'와 '개인의 자유'라는 찬반 의견이 크게 갈렸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알바 브이로그 왜 찍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글에는 많은 이들이 '영상 촬영이 신경 쓰여 업무는 제대로 하겠나', '돈 받고 일하면서 자기 영상은 왜 찍나', '음료 레시피가 다 공개돼 집에서 따라 할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다양한 알바 브이로그/사진=유튜브 캡처유튜브에 올라온 다양한 알바 브이로그/사진=유튜브 캡처


"일 할 때 딴짓? 카페 홍보해줘 고마울 뿐"
하지만 알바 브이로그를 본 시청자의 반응은 달랐다.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어내는 카페 알바 브이로그에 "위생이 되게 철저하다"며 "만드는 과정을 다 보여주니 뭔가 믿음이 가서 꼭 이 지점을 찾아가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0대 직장인 B씨도 "브이로그 영상을 보면 손을 씻었다거나 등 위생을 더욱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사람들이 해당 지점이 어딘지 찾아서 간다고 말하는 반응을 보면 점주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근무시간이 바쁘지만 않다면 알바가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것은 오히려 좋을 것 같다"며 "SNS에 노출되기 위해 홍보업체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카페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영상을 통해 한 번이라도 카페에 와보고 싶게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영상을 찍어주는 알바가 오히려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경력 5년을 보유한 D씨도 "각양각색의 브이로그들이 많은데 알바 영상이라고 해서 지탄받아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 같다"며 "창작활동은 개인의 자유인데 비판할 권리가 있냐"고 반문했다. 알바 브이로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선 "(인물은)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사전에 동의를 구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밖에도 타 알바 브이로그에는 "오랜만에 만화카페를 가고 싶어졌다", "여기는 치즈가 들어간 빵이 맛있다", "이렇게 친절한 알바가 있는 매장이라면 매일 가고 싶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또한 "이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몰랐다", "알바생들이 고생이 많구나"라는 업무의 고충을 이해하는 따뜻한 댓글도 이어졌다.

이디야커피가 레시피를 유출한 알바 브이로그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사진=유튜브 캡처이디야커피가 레시피를 유출한 알바 브이로그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사진=유튜브 캡처
"'레시피 유출' 때문에 브이로그 내려요"
하지만 알바 브이로그로 인해 오히려 카페를 가지 않게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카페 알바 브이로그를 본 이후 집에서 레시피를 따라해 만들어 먹고 있다"며 "음료 제작 시 사용하는 파우더나 냉동과일, 시럽까지 다 노출돼 따라 사면 똑같은 맛이 난다"고 말했다.

카페 알바 브이로그에는 음료를 제조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기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 인해 "아이스(차가운) 음료를 시키면 음료 양이 너무 적은 것 같다", "탄산, 시럽, 얼음이 들어간 에이드가 4500원이나 하는 거였다"며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30대 직장인 E씨도 "평소 아이스 라떼를 즐겨 마시는데 영상을 보니 너무 간단한 음료를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 같아 허무했다"며 "카페를 가는 대신 커피믹스를 마시는 등 소비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시피 유출'에 칼을 빼든 경우도 있었다. 이디야커피는 레시피를 노출한 알바 브이로그 영상에 "영상내 노출된 당사의 상표권 관련해 안내드릴 예정"이라는 안내 댓글을 달았다. 해당 댓글이 달린 영상은 삭제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러한 알바 브이로그에 대해 고민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디야커피 커뮤니케이션팀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외비인 레시피가 노출돼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며 "알바 브이로그에 대한 다른 입장은 없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 관계자는 "알바 브이로그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내부에서 계속 논의 중"이라며 "이런저런 문제들과 장점이 혼재된 복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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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비정규직…동질감 느낀다"
그렇다면 유튜브 사용자들이 알바 브이로그를 시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알바 브이로그 열풍의 원인 중 하나로 '비정규직 청년 증가'를 꼽았다. 임우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알바생이라고 하면 을의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은 어떤 상황일지 궁금할 것"이라며 "일종의 연맹 의식이자 동조하는 마음이 들 수 있어 알바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알바 시간 중 미처 배우지 못한 것을 알바 브이로그로 보충 학습하고 있다는 경우들이 많았다. '카페 알바 7년 차가 알려주는 알바 꿀팁' 영상에는 "파우더를 녹일 때 스팀 우유 말고 찬 우유를 넣어도 잘 녹냐", "경험 없는 초보가 처음 카페 알바 지원하면 뭐부터 배우냐", "우유 스팀 내는 게 어려운데 어떻게 고운 거품을 잘 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임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는 일자리에서 미숙함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인데, 비정규직 자리도 놓칠 수 없다는 청년들의 아쉬움이 반영된 안타까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알바 브이로그를 비정규직 청년들의 소통 창구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률이 좋지 않는 등 비정규직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알바 브이로그를 보며 서로 공감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비정규직 청년들이 사회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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