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 안 해도 괜찮아…새 관세만 없다면"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1.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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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12월15일 스마트폰 등 180조원 대중국 관세 부과 여부가 관건…트럼프 "중국과 무역합의, 마지막 산고의 단계"

"미중 무역합의 안 해도 괜찮아…새 관세만 없다면"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새로운 추가관세가 없고 양국의 발언이 우호적인 수준에 머무는 한 우린 무역합의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유세프 압바시 INTL FC스톤 이사)

더 이상 미중 무역협상 소식에 일희일비하던 시장이 아니다. 이젠 협상이 타결되든 안 되든 '현 상태'(status quo)만 유지되면 만족한다는 태도다.



다만 더 이상의 추가관세가 없다는 전제에서다. 미국은 오는 12월15일 스마트폰 등 1560억달러(약 180조원) 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 소비시즌에 충격을 줄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종가 기준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랠리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협상 대표들이 전화 통화를 했다는 소식이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미중 무역협상 대표, 공동인식 도달"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5.21포인트(0.20%) 오른 2만8121.68에 거래를 마쳤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6.88포인트(0.22%) 뛴 3140.5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5.44포인트(0.18%) 상승한 8647.93에 마감했다.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이날 비영리 조사기구 컨퍼런스보드가 공개한 미국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5.5로, 전월 126.1보다 하락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128.2도 밑돌았다.


그러나 이날 미중 무역협상 대표들이 전화 통화를 하고 1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뉴욕증시를 밀어올렸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이날 오전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열흘 만에 이뤄진 통화로, 이달 들어 세번째다.

상무부는 "양측은 서로의 핵심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했고,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며 "1단계 무역합의의 나머지 문제들을 놓고 소통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이날 통화에 중국측 중산 상무부장, 이강 인민은행장, 닝지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도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은행 수장인 인민은행장이 통화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라는 언론 보도와 달리 중국 정부와 관변 전문가들은 양측이 1단계 무역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엔 특허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기업 비밀과 소스코드 등에 대한 보호 수준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약 1년반 전부터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중국은 기존 추가관세 철회를 1단계 무역합의의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 기술이전 방지 등을 추가로 요구해왔다.

캘리안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우리는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 타결에 매우 가까워졌다"면서도 "다만 강제적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절취, 연간 5조달러의 무역불균형은 등 3가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회장은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를 위해 빠른 시일내 1단계 무역협상을 타결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다우지수를 가장 중요한 재선의 지표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무역협상이 결렬된다면 주식시장은 큰 폭락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중국과 무역합의 마지막 산고의 단계"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마지막 산고(産苦)의 단계에 와 있다"며 1단계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합의는 무역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협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며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고, 홍콩에서도 일이 잘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민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그들 편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홍콩에서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전체 425석 가운데 385석을 차지하며 58석에 그친 건제파(친중파)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하원을 통과한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이하 홍콩인권법안)에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홍콩과 함께 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시 주석과 함께 서 있기도 하다"면서 "잘 살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한편으로 나는 홍콩과, 자유와 함께 서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상 최대의 무역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상대인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홍콩인권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콩인권법안에는 미 행정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평가해 관세·투자·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홍콩의 인권을 침해한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에서 행정부로 이송된 지난 21일로부터 10일째 되는 12월1일까지 이 법안에 서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서명하면 즉시 법률로 발효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회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압바시 이사는 "무역합의가 다가오는 가운데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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