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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둔갑 일제강점기…관광공사 일본 광고 논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11.2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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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간판, 해방촌 계단 등 일제강점시 향수 비판…관광공사 "뉴트로 트렌드 홍보했을 뿐" 해명

한국관광공사 일본 홈페이지. 당초 해당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논라이 된 광고가 올라왔지만 현재 내려가 있는 상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한국관광공사 일본 홈페이지. 당초 해당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논라이 된 광고가 올라왔지만 현재 내려가 있는 상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




얼어붙은 한일관계로 방한 일본시장 축소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홍보 영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관광 홍보를 위해 만든 영상이 '식민지 한국 테마'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관광공사는 문제가 된 광고를 비공개 전환했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공사 일본 오사카지사는 최근 1900년대 초반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뉴트로(뉴+레트로) 코리아'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개화기 시대 복장을 한 여성이 서울 용산구 '해방촌 108계단'을 배경으로 서 있거나 전차를 타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광고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방한 일본시장 회복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일관계 악화 여파로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4.4% 감소하는 등 방한 일본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을 통해 매력적인 국내 관광지를 알려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광고하기엔 다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 25일 관광공사 홈페이지 국민참여 게시판에서 한 누리꾼은 '일본 내 홍보 영상 관련해 문의 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해당 영상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향수를 찾으러 한국에 오라는 이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작성자는 "영상에 등장하는 '경성' 간판, 381열차, 해방촌 계단 등은 의미를 알고 선정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381열차는 일본차량제조주식회사에서 1930년대에 제작한 전차이며, 해방촌 108계단은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호국신사의 참배를 위해 오르던 계단"이라고 지적했다. 경성은 일제시대 서울을 일본식으로 표현한 지명이다.

지난 25일 한국관광공사 일본 오사카지사가 공개한 뉴트로 코리아 광고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지난 25일 한국관광공사 일본 오사카지사가 공개한 뉴트로 코리아 광고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올라왔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
실제 광고에 등장하는 해방촌 108계단은 일제 말기 일본이 경성호국신사를 지으며 조성한 참배길 중 하나다. 당연히 일제강점기를 표현한 잔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광공사의 광고 영상에선 이와 관련한 아픈 역사를 찾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관광 트렌드인 뉴트로 소재를 활용했을 뿐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관광공사 측은 해당 게시글 답변을 통해 "(지적대로) 국내에는 일본과 연관돼 우리의 아픈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관광지가 많고, 381전차나 해방촌 108계단도 그러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일 수 있다"면서도 "홍보영상은 그러한 의도를 반영해 제작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역사적 의미를 반영하기보단 최근 관광 트렌드인 뉴트로와 인스타제닉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으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주요 관광지를 대상으로 촬영했다"며 "이 중 하나로 해방촌과 인천 근대역사를 보여주는 개항장 지역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광공사는 이 같은 해명을 남기면서도 이날 오후 유튜브에서 해당 광고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최근 민감한 시국에서 제기된 비판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이 레트로 여행을 선호한다는 것을 감안해 만든 영상이지만 의도와 달리 비춰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의 비판을 감안해 영상을 비공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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