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文대통령 주장한 "아세안 시대" 의미…'한국주도' 경제외교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11.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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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부산 아세안회의 D-5]②G2 종속변수 극복위한 자주외교

【보고르(인도네시아)=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보고르 대통령궁 인근 쇼핑몰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2017.11.09.   amin2@newsis.com   【보고르(인도네시아)=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보고르 대통령궁 인근 쇼핑몰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2017.11.09. [email protected]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우리의 미래다. 21세기는 아세안의 세기."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동안 이같이 밝혀왔다.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첫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정도로 신남방정책에 힘을 줘 온 문 대통령이다. 대(對) 아세안 외교를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비전도 빼먹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아세안을 주목했다. 당선 직후였던 2017년 5월 한국 대통령 최초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아세안 특사로 파견했고, 아세안 협력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같은해 8월에는 한반도가 아세안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거꾸로 세계지도'를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문제 의식은 우리나라의 외교와 경제가 지나치게 4강 중심, 특히 미국과 중국 위주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G2(주요2개국)라는 헤게모니 국가 사이에 끼어서 외교도 경제도 종속된 상태가 지속돼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집권 초부터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경제가 휘청하기도 했다.



신남방정책의 목표로 2020년까지 한-아세안 교역액 2000억 달러 달성을 잡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6년 기준 한-중국 교역액이 2110억 달러, 한-미국 교역액이 1100억 달러였다. 중국과 같은 수준, 미국의 2배 수준에 달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던 것이다. G2에 대한 외교·경제 의존도를 분산할 수 있는 제3의 지대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도였다.

아세안은 G2와 같은 '헤게모니 파워'가 아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외교·경제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문 대통령이 인식한 이유다. 우리 경제가 강대국의 '종속변수'를 넘어, 주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신남방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자주외교' 구상의 종착점은 '교량국가 비전'으로 이어진다. 한반도 평화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와 아세안 지역을 연결하는 외교·경제 블록을 구축하는 비전. 특히 아세안은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인 인도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인도부터 유라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한국 만의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라도 신남방정책은 필수인 셈이다.


아세안은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산업, 금융 등 다방면에서 우리가 아세안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류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 소프트파워까지 갖췄다.

경제발전을 노리는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과 교류확대를 원한다. 현지에서 "역대 한국 정부는 말만 했지 실질적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달라졌으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아세안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괜찮은 투자처'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불리는 곳이 아세안이다. 지난 30년 간 아세안의 교역은 9배 늘었고, 아세안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액(FDI)도 12배 증가했다.

아세안은 10개국 평균 연 5%대의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인구는 6억5000만명에 달하는데 평균 연령은 30대다. 원유·가스·목재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한국의 제1위 해외 인프라 수주시장 역시도 아세안이다. 한국의 기술·자본이 진출해 '윈-윈'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5~27일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자주외교'의 새로운 기회로 인식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지역 언론 연합인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에 기고문을 내고 "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경제 공동체"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교통인프라, 스마트시티, 첨단 과학기술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혁신 역량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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