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그런데 왜 하필 2016년 이같은 갈등이 폭발했을까. 배경에는 ‘페이스북’이 있다. 그 해 아웅산 수지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 자유화 정책이 시행됐다. 통신산업이 경쟁체제로 전환해 스마트폰에 삽입되는 심(Sim) 카드 가격이 200달러에서 2달러로 떨어졌다. 손쉽게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을 비롯해 다른 외국 인터넷이 미얀마어로 서비스를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미얀마어 서비스를 제공하자 미얀마 사람들은 신천지를 맛봤다. 미얀마 인구의 3분의1이 페북을 썼다. 이에 가짜 정보와 혐오 표현도 범람하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하고 돌아온 배우 정우성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가짜뉴스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에게 파고든다. 2016년 미국의 퓨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한 명이 가짜뉴스를 공유한 경험이 있었다. 우리도 모르게 사이버공간에서 거짓과 속임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디지털 바보’가 되는 것이다. 신념에 맞는 증거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증거는 거부하려는 ‘확증편향’이나 정보를 공유하려는 문화 등이 가짜뉴스를 확산시킨다.
이념적, 정치적 분열은 미디어를 통해 증폭된다. 공적인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음모론적으로 대하게 되는 경향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이를 ‘내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미디어가 내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디지털 전쟁터에 살고 있다”고 했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대립에서 보듯 이 내전은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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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거짓 정보와 혐오 표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다른 한편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풀기가 쉽지 않다. 하재식은 책에서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미디어 사용자들의 뉴스와 정보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신념과 가치에 어긋나거나 단순히 어리석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이른바 ‘콜아웃(Call-Out)’ 문화를 없애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저널리즘을 복원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우리도 ‘기레기’라는 표현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언론을 향한 불신은 심각하다. 많은 독자와 시민들은 언론 스스로 기득권이 돼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사회 변화를 막고 있다고 의심한다.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거나 편협된 시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시민이 ‘No’라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저널리즘을 되살리고 지역 언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를 해야 한다.
■가짜뉴스 전쟁/하재식/커뮤니케이션북스/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