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전쟁터' 홍콩에 지금 상장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1.1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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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서 미국 견제 포석…'亞금융허브' 명성 무너진 홍콩에 구원투수 역할도 기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마침내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앞서 뉴욕 증시에 사상 최대 규모로 IPO(기업공개)를 한 지 5년 만이다. 알리바바는 왜 굳이 지금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혼란에 빠진 홍콩에 상장했을까?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에 상장해 120억~134억달러(약 14조~15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는 오는 26일 시작될 예정이다. 이는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할 당시의 절반 규모이며, 홍콩 증시에선 3번째로 큰 IPO이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홍콩 시위를 이유로 한차례 IPO를 연기했던 알리바바가 오히려 시위가 더 격화한 시점에 강행하는 이유는 중국 당국의 의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미국으로 흘러가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자본을 접근성 좋은 홍콩에 묶어두면서 미국에 견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또 무역분쟁으로 경제 위축 신호가 나오는 시점에, 중국 최대 회사의 성공적인 데뷔가 중국의 자신감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알리바바가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 증시가 전세계 자본을 끌어모으긴 하지만, 로컬 거래량이 너무 작다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홍콩은 이미 2010년 중국 농업은행의 220억달러 규모 IPO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등 규모와 경험 면에서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가 지금 홍콩 상장을 결정한 이유는, 반중국 시위 때문에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명성에 크게 흠집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지속돼온 홍콩 시위가 더욱 과격하게 번지면서 홍콩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가 성공적으로 홍콩 증시에 안착하는 모습이 홍콩 경제 비관론을 일부 잠재우고, 증시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무역전쟁 등 악조건 속에서도 뉴욕증시서 알리바바 주가가 30% 가량 상승한 점을 근거로 홍콩 증시서도 순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도 신규 자금수혈로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피해를 분산하고, 텐센트 등 경쟁사와의 경쟁에 대비한 각종 투자를 단행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이 이득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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