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폐기"…아베, 5억들인 '벚꽃회' 누구 불렀길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1.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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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사, 개인 후원회 친목행사로 이용 의혹…日서 논란 확대

지난 4월 13일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지난 4월 13일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최한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회)'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벚꽃회는 세금을 들이는 봄맞이 정부 행사인데, 아베 총리는 이를 선거운동을 위한 개인후원회 친목행사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 다.

15일 일본 NHK방송은 '벚꽃회' 안내문을 입수해 아베 총리의 사무실이 실질적으로 이 모임 참석자를 취합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참석자 모집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지만, 총리 사무실에서 발견된 자료에는 초청장을 받기 위한 구체적 절차는 물론 벚꽃회 참석을 위해 도쿄로 이동할 때 드는 버스비 취합 내용도 담겨 있었다.



벚꽃회는 매년 4월 도쿄 도심에 있는 신주쿠공원에서 총리 주재로 열리는 정부 행사다. 일본 정치인과 각 분야 공로자, 외국 사절 등 특별히 초청된 인사들만 참석한다. 이 행사에 매년 5400만엔(약 5억8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아베 총리 지역구인 야마구치 현 주민들이 무더기로 초청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지난 4월 13일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아베 정부가 벚꽃회 초청자 명단과 초청 이유를 담은 서류를 전부 폐기했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됐다. 야당인 일본공산당 카사이 아키라(笠井亮) 정책위원장은 "명단이 폐기된 날짜(지난 5월9일)가 공산당이 관계자료를 요청한 날과 일치한다"면서 "아베 정부가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모임이 종료되고 사용 목적을 끝마쳐서 폐기한 것일 뿐"이라며 "개인정보가 포함된 방대한 양의 문서를 적절하게 관리하기도 어려워 내각부에서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문서 관리의 운영방식을 재검토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벚꽃회 전날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전야제 회비도 총리실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인다.

총리실은 시내 호텔에서 열린 전야제 회비를 5000엔으로 책정했는데 이 호텔의 실제 1인 파티 비용은 적어도 1만1000엔에 달한다고 전해지면서다. 이에 총리실이 1인당 6000엔씩의 향응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파티를 할 때 당사자끼리 개별적으로 비용을 내는 경우도 있으니 아베 총리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권은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대책반을 강화해 아베 정부를 상대로 책임 추궁에 나설 계획이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아베정부는 내년 벚꽃회를 열지 않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만, 구린내가 나는 곳에 뚜껑을 덮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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