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중국산 '짝퉁'이 팔린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12 18:09
글자크기

수년 전부터 中 판매자 대거 유치한 뒤 중국산 모조품·무허가 위험 물품 대거 유통

아마존 로고가 박힌 포장 박스/사진=AFP아마존 로고가 박힌 포장 박스/사진=AFP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중국산 짝퉁’으로 골치 썩고 있다. 세계 온라인시장 점유율을 지키고자 중국 판매자들을 대거 유치했는데, 중국에서 만든 모조품이 오리지널 상품을 밀어내는 등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5~8월 사이 아마존에서 가짜 라벨을 붙이거나 미 정부가 판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물품 등 불량상품 1만870개가 팔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불량 건 가운데 판매자가 특정된 상품은 2000개인데, 그중 54%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중국 판매자를 대거 유치했다. 중국 내 구매자들은 알리바바 등 현지 전자상거래업체가 꽉 잡고 있으므로, 해외에 중국 물건을 파는 방식으로 중국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 제조업자들은 제3의 판매자들과 손잡고 아마존에 물건을 대량 납품하기 시작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총 상품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다. 리서치업체 마켓플레이스펄스는 10월 기준 아마존 미국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열람한 판매 계정 1만개 중 약 38%가 중국 계정이며, 이는 3년 전보다 25%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 판매자 급증으로 모조품과 허가되지 않은 물품 등이 아마존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짝퉁’은 여러 제조업체와 판매자들을 고사시켜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온타리오주의 이불 제조업체 다운언더베딩은 2014년부터 아마존에서 거위털 이불을 판매했다. 그러나 얼마 후 중국의 경쟁업체가 오리털을 넣은 모조품을 6분의 1 가격으로 팔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락했다. 업체 대표 토니 사가르씨는 WSJ에 "아마존은 중국 공장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며 ”(모조품을 만드는) 나쁜 업체들이 다른 판매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주 검찰은 아마존에서 판매된 어린이용품 수십 개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에서 제조됐고, 일부는 중국에 본사를 둔 제3의 판매 계정을 통해 팔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제3의 판매자를 거쳐 판매할 경우 물건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구매자로선 알기 어렵다.


중국 베이징 거리에 아마존 물품 배송 오토바이가 서있다/사진=AFP중국 베이징 거리에 아마존 물품 배송 오토바이가 서있다/사진=AFP
중국산 모조품과 위험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지만 정작 아마존은 책임을 피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사가 문제의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게 아니라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자사는 판매자에게 제조 국가나 판매 위치를 밝히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아, 특정 국가 판매자를 특정해 책임 묻기도 어렵다고 했다.

올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아마존이 자사 몰에서 모조품과 위험 물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아마존은 비로소 ”본사 몰에서 판매자들이 불법, 가짜, 복제, 도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전부 확인해 막지는 못할 수 있다“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다만 아마존은 판매자들은 제품을 판매할 때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은 모조품과 위험 물품 약 30억 건을 판매한 계정을 차단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