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검은돈' 스캔들… 254조 돈세탁 위해 금괴 활용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1.11 16:07
글자크기

블룸버그 "금괴 판매, 고객 익명성·자산 이동성 보장 위해 사용"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 단스케방크. /사진=AFP덴마크 최대 상업은행 단스케방크. /사진=AFP


지난해 사상 최대 돈세탁 스캔들에 휘말린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 단스케방크가 자금을 금괴로 바꿔준 정황이 포착됐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 단스케방크 에스토니아 지점 내부 문서를 인용해, 해당 은행이 일부 해외계좌 송금 고객에게 자산을 금괴나 금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금괴 판매는 지난해 9월 단스케방크가 발표한 해외 고객 제공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지난해 9월 밝혀진 일명 '단스케 스캔들'은 단스케방크의 에스토니아 지점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2200억달러(약 254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검은돈'이 세탁된 사건으로, 국제 범죄조직이 유럽의 취약한 은행시스템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해당 문서에서 단스케방크가 "고객의 익명성을 보장할 방법으로 금괴 판매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6월 내부 보고에서도 자산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괴를 사용한다는 언급이 나왔다.

문서에 의하면 단스케방크 에스토니아지점을 이용하는 해외 고객은 필요한 증빙 서류 없이 250그램 이상의 금괴 구매가 가능했고, 금괴를 장기보관할 경우 자금세탁방지(AML)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도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단스케방크 에스토니아지점은 고객의 주문 규모에 따라 두 곳의 협력업체로부터 금을 조달했다. 이중 한 곳은 오스트리아 조폐국으로부터 6kg에 달하는 금을 30만유로(약 3억5000만원)에 사들여 단스케방크에 공급했고, 공급처를 언급하지 않은 다른 한 곳은 작은 규모 주문을 조달했다. 단스케방크는 주문 규모에 따라 0.5~4%의 수수료를 챙겼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덴마크·에스토니아·프랑스 당국은 단스케방크를 자금 세탁 혐의로 수사 중이다. 토마스 보겐 전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전직 고위 임원들은 현재 형사 조사를 받고 있으며, 집단소송도 당한 상태다. 지난 9월 범죄 수사의 핵심 증인이자 에스토니아 지점의 운영 책임을 맡은 에바르 레헤가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국은 그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내렸다.

유럽 은행은 지난 2년간 잇따른 돈세탁 스캔들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라트비아 은행 ABLV, 네덜란드 대표 은행 ING 등이 돈세탁 또는 관련 의심 행위가 적발됐으며,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러시아로부터 불법 범죄자금을 유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오는 12월 재무장관회담에서 돈세탁 방지를 위한 독립적인 법집행기구 설립을 검토할 계획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기존 감독 당국인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기능 강화를 주장하나, 이외 유럽 회원국은 EBA가 제대로 된 기능을 행사하지 못한다며 새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4월 EBA는 단스케 스캔들 관련 조사를 후속 조치 없이 종결해 제대로 제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