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2주 뒤인데… 홍콩, 야당의원 대거 체포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9.11.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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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논의 방해" 24일 지방선거 앞두고 단행
시위대는 시위 중 추락해 사망한 대학생 추모식

【홍콩=AP/뉴시스】8일 홍콩 시위 경찰 진압 첫 사망자인 대학생 차우츠록(周梓樂)이 최루탄을 피해 추락한 장소인 정관오 지역의 주차장 건물에서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다【홍콩=AP/뉴시스】8일 홍콩 시위 경찰 진압 첫 사망자인 대학생 차우츠록(周梓樂)이 최루탄을 피해 추락한 장소인 정관오 지역의 주차장 건물에서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는 홍콩에서 지방선거를 2주 앞두고 야당 의원 3명이 체포됐다. 추가 체포 가능성도 있다. 시위 열기로 야권의 지지도가 올라가자 정부가 견제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 5월 송환법 처리를 저지한 야당 의원들을 입법위원회 조례를 어긴 혐의로 뒤늦게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 8일 밤에 에디 추, 아우 녹힌, 레이몬드 찬 등 세 명을 체포했고, 다른 의원 4명도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트릭 닙 홍콩 정치체제 국장은 "경찰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으며, 모든 개개의 사안을 조사할 것"이라며 이번 체포는 지방선거와 연관이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콩 지방선거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화 시위 열기로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가 견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정부는 이미 대표적 민주인사인 조슈아 웡의 지방선거 출마를 금지한 바 있다.



홍콩 지방선거는 18개 지방자치구를 6개의 지역구로 나눠 479명의 대표을 뽑는다. 이중 452명이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 현재는 친중파인 민건련(DAB)의 의석수가 118명으로 제일 많고, 친민주주의파인 민주당이 뒤를 잇고 있다.

SCMP는 "479명의 대표는 상근 연봉을 받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킬 권한이 없으며 주로 소음 공해나 오락 시설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자문 기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가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선거 결과가 여론을 대변하는 공식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SCMP는 "시위가 진행된 여름 동안 이미 40만명의 새로운 유권자가 등록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친민주주의 세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가 지방선거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닙 국장은 정부는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사람들이 투표장에 올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되면 투표가 무산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선거와 달리 홍콩의 최고 지도자인 행정장관은 소수의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실제 현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2017년에 선거인단 총 1194명 중 과반수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당시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존 창 전 재정사장에게 크게 뒤졌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는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불만감이 쌓여왔다.

한편 이날 홍콩에서는 시위 중 주차장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대학생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차우츠록 씨는 지난 4일 시위 중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8일 사망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려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이날 모인 인원이 1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7500명이 참석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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