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투자계획' 中…예민해진 美트럼프 또 자극?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1.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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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中, 아람코 IPO에 최대 100억달러 투자"
원유 위안화 결제 요청 가능성
美와 갈등 불거질수도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공식화한 가운데 석유패권을 둘러싼 각국의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아람코 지분 확보를 통해 영향력을 늘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국영기업 및 투자 펀드들이 아람코 상장에 최소 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약 11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에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실크로드펀드(SRF)와 중국 국영석유기업 시노펙(Sinopec),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기업이 어느 규모로 참여할지 최종 결정은 중국 정부가 내릴 예정이다.

중국의 이번 아람코 투자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차원으로 사우디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아람코로부터 안정적인 원유 수입과 함께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도 상쇄할 수 있다. 중국은 연간 원유 수입량의 13~15% 가량을 아람코에서 들여온다.



중국이 아람코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중국이 원유거래시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원유수출 1위국인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위안화로 거래하고 있고, 사우디측에도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2017년에도 사우디에 아람코를 미국 등 서구권 거래소 대신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 지분 5%를 모두 매입하겠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으로 자국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큰손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싶은 미국이 동맹국인 사우디에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밖에 러시아도 아람코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가 아람코 투자에 대해 "유일한 기회이며 투자자들이 간절히 투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자국 주식시장 상장을 승인하면서 본격적인 IPO 절차가 시작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리야드주식시장(타다울거래소)에서 아람코 주식이 첫 거래될 예정이다. 아람코 지분 2%가 상장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추가로 3%를 해외거래소에 상장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한 때 10조달러에 육박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그동안 계속 그 규모가 축소됐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가 2조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유럽 등 금융업계에서는 이보다 낮은 1조2000억달러에서 1조5000억 달러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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