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전기요금제도 골라 쓸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전력 (21,350원 ▲200 +0.95%)이 제시하는 용도별 요금표에 따라 매달 내야 할 금액을 통보받는 한국 소비자들에겐 낯선 일이지만, 해외 주요국들에선 이미 당연한 일이다.
일본에선 통신사 '소프트뱅크'도 전력 판다옆나라 일본이 대표 사례다. 일본은 1995년부터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소매시장을 대형공장과 빌딩 등 고압으로 전력을 받는 고객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했다. 논의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경쟁 도입을 통해 원전 가동 중지로 급상승한 전기요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침내 2016년 4월 전력소매시장이 전면 자유화됐다.
일본 전력 정보센터(JEPI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507개 회사가 소매전기사업자로 등록했다. 도시가스, 통신, 석유 회사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소프트뱅크, NTT, JXTG 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모델도 더욱 다양해졌다. 고객카드, 포인트제도 등 부가서비스가 풍부해지고 마케팅도 다양화됐다. 전력과 가스,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묶음상품도 출시됐다. 예컨대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와 일본 최대 전력회사 도쿄전력은 제휴를 맺고 전기·통신·인터넷을 묶어 사용하면 할인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도쿄지역 철도회사인 도큐그룹은 전기와 케이블TV 시청료, 전철 정기권 결합상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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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요금제 활성화…독일 에너지전환 성공 발판독일의 경우 1998년 전력 자유화를 단행했다. 발전과 판매 모든 부문에서 100% 시장개방을 추진했다. 현재는 E.ON, RWE, Vattenfall, EnBW 등 4대 전력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1000여개 회사가 경쟁한다. 소비자들은 자유롭게 전력판매사와 요금제를 골라 쓴다. 전력회사들이 앞다퉈 다양한 옵션을 내놓은 것은 물론이다.
눈에 띄는 건 소비자들이 에너지믹스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소비자는 회사별로 공개한 발전 포트폴리오를 보고 원하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선택한다. 요금 정산서엔 발전원 구성 뿐만 아니라 1kW당 이산화탄소(CO2) 배출량과 방사성폐기물량 등 다양한 정보가 표기된다. '친환경' 등 개인의 가치를 반영한 선택이 가능한 셈이다.
독일에선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만든 그린피스에너지, 지역 주민 주도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쇠나우(Schonau) 등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회사들이 등장해 고객과 직거래한다. 기존 전력회사도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는 녹색요금제 안착에 크게 기여했다.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그린 프리미엄)을 부담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 캠페인이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친환경 전력소비를 가능하게 한 점은 독일 에너지전환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